13억 중국인의 ‘광클릭’도 국내 중국 관련 소비주의 주가를 반등시키지 못했다. 지난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제(光棍節)를 맞아 매출을 끌어올리며 주가 반등을 노렸던 국내 화장품주들이 반짝 상승에 그치며 다시 주저앉았다. 일부 증권사는 화장품 업종이 성장의 유리천장에 부딪혔다며 주가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광군제’ 수혜주로 꼽히며 상승세를 이어온 아모레퍼시픽(090430)·LG생활건강(051900) 등 화장품 업종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화장품 업체의 주가는 올해 하반기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행 관광객 규제 등으로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이달 들어 광군제 기대감에 바닥을 딛고 상승세를 탔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11일 진행된 광군제 하루 매출액은 약 1,207억위안(약 20조6,72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2%가량 매출 규모가 늘었다. 광군제의 기대가 선반영되며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주가가 각각 5.5%, 5.2% 상승, 바닥권을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광군제 효과는 반짝 상승에 그쳤다. 광군제 당일인 11일부터 화장품 업종의 주가는 조정 국면에 들었다. 14일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2.73%, 1.87%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특히 화장품주를 사들이던 외국인 투자가들도 이틀 연속 순매도를 보였다. 광군제 한국제품 1위를 차지했던 마스크팩 제품 생산 업체인 제닉(123330)·리더스코스메틱(016100)도 1~2%가량 하락 마감했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 이벤트인 광군제에도 주가가 반등을 하지 못하자 주요 증권사들은 화장품 업체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성장을 견인하던 중국인 대상 면세점과 현지 매출 성장세가 둔화한 탓에 광군제 이벤트로도 이를 만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랜드 업체의 중국 부문 영업이익 성장률이 2014년 139%에서 현재 57%까지 줄었으며 2017년에는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가가 소폭만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부 증권사는 목표주가도 낮추며 보수적 투자를 권했다. 교보증권은 최근 아모레퍼시픽(50만원→42만원), 아모레G(002790)(22만원→18만원), LG생활건강(135만원→100만원) 등 화장품 대형주의 목표주가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또한 KB투자증권은 한국콜마(161890)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기존보다 5% 하향 조정했으며 동부증권과 한양증권은 잇츠스킨(226320)의 목표주가를 6만4,000원, 5만6,000원으로 낮췄다. 박신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화장품 업종 주가는 추세적 흐름을 잃었다”며 “11월 중국인 입국자 수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성장률 둔화와 신규 모멘텀 부재로 연말까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주요 업체가 실적 쇼크를 기록했지만 핵심 사업부 장기 성장성은 기대할 만하다”며 “현재 주가가 바닥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주가 하락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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