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8일(현지시간) 치러지고 온갖 악재로 ‘경제절벽’이 우려되지만 경제팀은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청와대가 ‘최순실 게이트’ 국면 돌파 카드로 깜짝 부총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경제정책을 이끌 사람이 애매해진 상황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책임지고 경제정책을 이끌어가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임종룡(사진)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통과하지 않았는데 전면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선 발등의 불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한미 동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급진적 발언을 내놨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덮쳐올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몇 배에 달하는 충격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 그래도 정치 리스크에 경제가 불안해진 마당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치면 금융시장이 ‘쇼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미 대선 결과 발표 전후에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상황별 대응방안을 점검하고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경제현안 점검회의도 열겠다고 밝혔지만 경제 리더십에 구멍이 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내년 예산안 처리도 문제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예산안 심의 절차가 최순실 사태의 영향으로 졸속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구조조정 추진 상황, 부동산 및 가계대책 대응책 등 현안을 모두 종합해 내년도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설계할 ‘2017년 경제정책방향’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도 관건이다. 일단 기재부는 임 후보자에게 현안 보고를 강화하면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는 등 새롭게 출범을 앞둔 경제팀에 방점을 두고 손발을 맞춰간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가계부채, 기업 구조조정 등 현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금융위원회도 임종룡 위원장을 부총리 후보자로 내보내게 되면서 이전보다 사안 대응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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