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꿀맛, 올 상반기 바나나맛 열풍에 이어 이번엔 녹차가 제과업계 대세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업체마다 단맛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담백한 맛의 녹차 소재를 앞세워 히트 제품의 바통을 이어받겠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은 최근 프리미엄 제과 브랜드인 마켓오를 통해 녹차류인 말차 가루를 넣은 ‘마켓오 리얼브라우니 말차’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고급 초콜릿과 국내산 말차가 어우러져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특징이다. 말차는 차양 막을 씌워 재배한 찻잎을 증기로 쪄 그늘에서 말린 후 가루를 내 물에 타 마시는 차다. 말린 찻잎인 녹차보다 제조방식이 까다롭지만 맛이 더 진하고 영양소가 풍부해 차 문화가 발달한 일본, 중국 등에서는 일반적인 제조법으로 쓰인다. 오리온 관계자는 “말차 제품에 익숙한 해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익숙하지만 신선한 맛을 찾는 국내 소비자의 입맛 또한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제과도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녹차 소재 제품군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제주녹차를 이용한 ‘드림카카오 그린티’를 비롯해 몽쉘에 녹차 가루를 더한 ‘몽쉘 그린티라떼’, 녹차 가루를 함유한 초콜릿 케이크인 ‘갸또 그린티’, 빼빼로에 제주산 첫물녹차를 첨가한 ‘누드 녹차 빼빼로’ 등 최근 들어 녹차 제품 라인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특히 빼빼로의 경우 신제품 출시를 통해 매출액이 지난해(1,055억원)보다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롯데제과 측은 “제주 녹차를 사용하는 등 녹차 원산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제과업계의 녹차 열풍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브랜드인 네슬레도 이달 초콜릿 브랜드 킷캣을 통해 녹차 특유의 향미를 담은 ‘킷캣 그린티’를 선보였다. 교토산 맛차와 옥로차 잎을 사용했으며, 국내 소비자에게는 일본 여행 필수 구매품으로 각인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3개 입에 1,500원으로 기존 라인보다 300원 비싸다.
단맛에 이어 녹차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찻잎의 떫은 맛이 초콜릿의 단맛과 잘 어울리는 원료라서다. 식품업계는 불황일수록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주로 기존 제품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는데 녹차가 제과류 중 비중이 높은 초콜릿 과자에 적용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수많은 단맛 제품이 쏟아져나오면서 소비자가 단맛 제품에 피로감을 느낀데다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에도 적합한 식품 원료로 녹차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업체마다 초콜릿류에 녹차를 더한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단맛 자리를 녹차 맛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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