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권익위에 따르면 이르면 정무위는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이달 말께 김영란법 관련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김영란법에 대한 최종 해석은 사법부의 몫이지만 국회가 법을 제정할 때 밝힌 취지 이상으로 권익위가 과도한 유권해석을 내놓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국회가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무위는 법원 측 관계자도 참여시켜 사법부 의견도 반영할 계획이다. 대법원은 자체적으로 만든 김영란법 가이드라인에서 권익위의 유권해석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무위가 이 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2014년 이 법을 논의할 때 교사나 교수도 사회상규에 맞춰 교류할 수 있도록 ‘3·5·10 규정’ 적용 대상에 포함 시키도록 했지만 집행기관인 권익위가 교사와 교수는 직접적인 직무연관성 등을 들어 제외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반 공직자는 민간과 소통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3·5·10 규정’ 이내에서 교류를 허용했지만 교사는 학교 비리 근절 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단돈 100원도 받으면 안 된다는 유권해석 때문에 스승의날 카네이션 금지, 수업 시작 전 교수 책상에 캔커피 선물 금지 등 일상적인 행위까지 법이 막아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김영란법의 금품수수 허용 규정은 3만원 이하도 안 되거나 100만원 이하까지 되는 등 내용이 복잡해 지키기가 어렵다”면서 “3만원 이하는 허용 범위를 넓혀 단순화하면 오히려 지키기 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이외 법의 적용을 받는 공무수행사인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의 위탁을 받아 공무를 수행한다는 법문에 매달려 적용대상을 정하다 보니 가스검침원, 은행의 국고수납원 등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업무를 집행할 뿐인 사람까지 포함돼 있다. 법이 정한 각종 위원회 소속 위원도 공무수행사인에 포함 시켜 고등교육법에 따라 각 대학이 운영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재학생 위원까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조차 “공무수행사인의 정확한 규모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다. 이에 따라 법을 개정하거나 개정에 영향을 미치는 권한이 있지 않는 공무수행사인은 제외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엇보다 공직사회가 김영란법을 핑계로 ‘복지부동’ 관행을 키우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김영란법을 명분으로 언론사의 전화 취재 요청을 거부했고 기획재정부는 쪽지예산은 정당한 요구라는 권익위 해석과 달리 김영란법에 저촉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인사혁신처는 이날 김영란법 저촉시 공무원 처벌 기준을 강화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하면서 국가이익과 국민편익 증진이 인정되면 징계를 면제하는 규정을 넣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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