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가 완전히 새로워진 E클래스를 선보였다. E클래스는 벤츠의 국내 판매량 중 4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모델이다. 올해 출시된 10세대 ‘더 뉴 E클래스’는 첨단 주행·안전 기술을 탑재해 프리미엄 세단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새로운 첨단 기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더 뉴 E300 4매틱 아방가르드’ 모델을 만나본다.
벤츠의 중형 세단 E클래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7년 만에 완전히 탈바꿈한 10세대 더 뉴 E클래스는 모든 부분에서 진화했다. 더 뉴 E클래스는 S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외관과 실내는 물론 각종 첨단 장비들을 탑재해 동급 차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국내 시장에서 더 뉴 E클래스는 월 판매량 2,000대를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구형 E클래스가 월 평균 1,600대 가량 판매됐다는 걸 감안하면 폭발적인 인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목록 1~2위에 더 뉴 E300(1,202대)과 더 뉴 E220d(979대)가 나란히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경쟁 브랜드의 신차 출시가 없어 더 뉴 E클래스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벤츠코리아는 더 뉴 E클래스만 연간 2만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더 뉴 E클래스는 E220d(디젤 엔진) 아방가르드, E220d 익스클루시브, E300(가솔린 엔진) 아방가르드, E300 익스클루시브, E300 4매틱 아방가르드, E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등으로 출시됐다(E400 4매틱도 연내 출시 예정이다).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은 모델별로 6,650만 원부터 8,050만 원이다.
시승을 위해 네 바퀴를 굴리는 더 뉴 E300 4매틱 아방가르드 모델을 만났다. 우아한 비율과 매끈한 면을 자랑하는 차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더 뉴 E클래스는 벤츠의 맏형 S클래스를 꼭 빼닮았다. S클래스의 고급스러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헤드램프 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수평선은 앞문과 뒷문 손잡이를 지나 살짝 처진 트렁크까지 이어진다. 앞뒤 문 아
래 부분에 새긴 굴곡진 선은 트렁크 쪽으로 살짝 올라가 있다. 차체에 길게 나 있는 위 아래 두 선은 차량에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우아한 선으로 빚은 차체는 동급 차량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 0.23을 실현했다.
더 뉴 E클래스는 길이, 폭, 높이, 휠베이스가 각각 4,925×1,850×1,460 ×2,940mm다. 얼핏 보기엔 이전 모델보다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커졌다. 특히 휠베이스는 65mm를 늘렸다. 휠베이스를 늘린 건 실내 공간 확대를 위함이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가보면 한 단계 높아진 더 뉴 E클래스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직사각형 LCD패널로 만든 계기반과 모니터는 서로 맞붙어 있고 모니터 아래에는 동그랗게 만든 공기 토출구 4개가 있다. S클래스에서 보던 그대로다. 뒷좌석은 왼쪽과 가운데, 오른쪽 등받이를 각각 따로 접을 수 있어 부피가 큰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실용성도 챙겼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웅~’ 하며 엔진이 깨어났다. 더 뉴 E300 4매틱 아방가르드 모델은 배기량 2리터짜리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을 달고 있다. 여기에 9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최고 출력 245마력, 최대 토크 37.7kg·m를 낸다. 기존 E300 모델은 3.5리터 6기통 엔진을 달고 252마력, 34.7kg·m를 냈다. 더 뉴 E300은 기존 모델보다 실린더 2개와 배기량 1.5리터를 줄였지만 출력과 토크는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 셈이다.
실제 동력성능은 오히려 개선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이 이전 모델보다 1.1초 줄어든 6.3초다. 이런 결과에는 9단 변속기도 한몫 하고 있다. 촘촘한 기어비를 자랑하는 9단 변속기는 변속 속도가 빠르고 확실한 동력 전달감이 좋다. 보통 다단화 변속기는 가속은 물론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더 뉴 E300의 9단 변속기 역시 마찬가지다. 시속 90km로 정속 주행하면 순간 연비는 보통 17~18km 사이, 시속 110km에서는 14~15km 사이가 나온다. 주행모드를 에코(ECO)로 놓았을 경우 시속 90km 정속 주행에서는 7단, 시속 110km에서는 8단으로 달린다. 이때의 엔진 회전수는 2,000 rpm이 조금 안 되고, 9단은 시속 110km 이상에서 들어간다. 시속 110km에서 9단으로 달리면 엔진 회전수는 1,600 rpm으로 떨어진다. 그러니까 일상적인 주행은 8단에서 끝나고 9단은 시속 110km 이상의 속도를 위한 항속용 기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나 스포츠플러스로 설정하면 상당히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변속기는 엔진 힘을 최대한 끌어올릴 때까지 기다린다. 발끝으로 가속 페달을 툭툭 건드려도 차량이 튀어나갈 만큼 엔진 반응은 예민해진다. 넘치는 힘을 제어하기 위해 운전대는 무거워지고 서스펜션도 단단해진다. 에코 모드로 주행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중립으로 전환돼 관성주행을 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주행을 시작하자 묵직하게 차가 움직였다. 4기통 엔진에 대한 염려는 기우에 그쳤다. 부드럽고 조용했다. 벤츠를 탈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첫째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다. 두 번째는 속도를 높여도 불안감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더 뉴 E300 4매틱 아방가르드 역시 벤츠답게 고속 안정성이 탁월하다.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줘 높아 고속으로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차다.
더 뉴 E300 4매틱 아방가르드는 네 바퀴를 모두 굴린다. 도심과 국도에서 중저속으로 달릴 때는 편안하고 안락했다. 구불구불 고갯길에서도 도로에 착 달라붙어 단단하게 자세를 잡아나갔다. 가속페달을 꾹 밟자 몸이 등판에 파묻혔다. 짜릿하지만 우아한 가속 감각이었다. 급격한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였다 다시 가속하는 것을 반복했지만 차량의 제어력은 무너지지 않았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달았지만 승차감도 고급스럽다. 핸들링도 충분히 좋은 수준이다.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운전자의 조작에 솔직하게 반응해준다. 고급스러운 감각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다. 여기에 균형 잡힌 서스펜션 덕분에 차량 움직임이 아주 매끄럽다. 앞머리는 가볍게 돌아가며 꽁무니는 이를 잽싸게 따라붙는다. 특히 승차감이 이전 모델보다 한결 나긋해졌지만 접지력은 더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더 뉴 E클래스는 안전·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해 상품성을 높였다. 벤츠의 신기술은 보통 S클래스를 통해 소개된 뒤 다른 하위 모델에 도입된다. 하지만 더 뉴 E클래스는 S클래스를 넘어서는 수준의 여러 장비를 기본 또는 옵션으로 갖추고 있다. 더 뉴 E클래스는 자율주행 시대에 발맞춰 진화했다. 앞차를 따라 스스로 달리는 ‘드라이브 파일럿’이라는 기술을 통해서다.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에서도 앞차와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시켜주며 차선까지 지켜낸다. 주행 중 드라이브 파일럿을 작동해 봤다. 속도와 차간 거리를 지정한 뒤 운전대와 가속페달에서 손발을 모두 뗐다. 차량이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며 달렸다. 앞에 차량이 발견되면 스스로 간격을 조절하고, 선행 차량이 멈추면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했다. 이 덕에 60초 동안은 손발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다양한 사고 예방 장치도 갖췄다.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기능은 더 뉴 E클래스 앞에 있는 차량이나 보행자 등 장애물과 충돌이 우려될 때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만약 운전자가 충돌을 회피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차를 세운다. 주행 중 한눈을 팔거나 충돌 상황에 방심한 운전자에게 매우 유용한 기술이다. 이외에도 더 뉴 E클래스는 주행 중 옆에서 장애물이나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올 때도 자동으로 제동력을 발휘해 충돌을 막는다. 이 역시 운전자에게 경고음과 계기반 알림 등을 통해 1차적으로 위험을 알리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제동하는 방식이다. 만약 측면을 받히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시트가 자동으로 탑승자를 차량 안쪽으로 밀어넣어 충격을 감소시키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기능까지 추가됐다.
벤츠가 더 뉴 E클래스에 이렇게 힘을 싣는 건 그만큼 E클래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클래스가 속한 시장에는 많은 경쟁자들이 있다. 벤츠는 언제나 경쟁자들을 떼어놓기 위해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워왔다. 10세대 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한 더 뉴 E클래스는 S클래스를 닮은 화려하고 안락한 실내공간을 뽐낸다. 여기에 최첨단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부분 자율주행 기술까지 탑재해 경쟁자들을 이기겠다는 벤츠의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차량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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