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재건에 나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되찾기 위한 묘수를 헤지펀드에서 찾았다. 박 회장은 10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를 통해 금호터미널의 금호고속 인수대금 1,5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박 회장이 지난해 금호산업(002990)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자금 동원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를 핵심 자본조달 창구로 끌어들임에 따라 조만간 매각절차가 개시되는 금호타이어(073240) 인수자금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조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회장이 금호고속에 이어 금호타이어까지 인수에 성공하면 그룹 재건을 완수하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 인수자금을 위한 사모투자펀드(PEF) 설정에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한 라임자산운용을 포함한 2곳의 헤지펀드 운용사가 각각 700억원과 300억원을 유한책임투자회사(LP)로 투자한다. 나머지 인수에 필요한 자금 500억원 중 200억원은 IBK투자증권이 투자를 검토중이며, 나머지 300억원은 다른 기관투자가로부터 조달한다.
자금조달 창구인 가칭 ‘금호 PEF’는 2년 만기로 11일 설정되며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대우건설(047040)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6~8%의 수익을 보장할 예정이다. 헤지펀드와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금호 PEF는 재무적투자자(FI)로서 박삼구 회장의 금호고속 인수자금을 조달해주는 대신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12.3%)의 주가변동에 따라 고정수익을 받는 구조다.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로 불리는 이 방식의 핵심은 금호터미널이 PEF의 투자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는 데 있다. 담보인 대우건설 주가가 기준가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분을 금호터미널이 부담하고 기준가 이상으로 오르면 수익의 일정 비율을 PEF와 금호터미널이 나눠 가지게 된다. PEF 만기 도래시 금호터미널에 원리금 지급 의무까지 있는 만큼 PEF에 투자한 헤지펀드는 원금 보장을 받고 최소 연 6%에서 대우건설 주가 변동에 따라 연 8%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대우건설 주가가 상장폐지 수준까지 떨어져야 PEF가 손실을 내는 구조”라며 “금호터미널이 현재 주가보다 상승한 가격에 대우건설 주식을 매각하게 되면 보너스 수익까지 추가할 수 있어 투자를 적극 검토했다”고 밝혔다.
자금조달에 애를 태우던 박 회장이 헤지펀드를 등에 업으며 IB 업계에서는 금호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금호타이어 인수에도 헤지펀드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9월부터 채권단 매각절차가 들어가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박 회장이나 현재 금호그룹 단독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조달도 수익이 보장되고 손실위험이 작다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며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운용 스타일이 다양해지고 있어 비슷한 투자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용어 설명-TRS>
◇TRS=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 대출금이나 유가증권 등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계약 상대방이 서로 교환하는 신용 파생거래를 의미한다. 매각자는 매수자 측에 확정수익(이자)을 제공하고 일정 수준 주가 하락에 대한 매매 손실을 보전해주며 이와 동시에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은 가져간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고정이자를 챙길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