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현대증권(003450)’ 상표권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현대차(005380)그룹이 최근 특허청에 ‘현대차투자증권’ 상표 등록 출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8년 현대차그룹의 신흥증권(현 HMC투자증권(001500)) 인수 후 ‘현대’ 브랜드 사용을 놓고 현대가(家) 사이에 벌어졌던 법적 공방이 8년 만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5월11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특허청에 ‘현대차투자증권’ 서비스표 상표등록출원서를 냈다. 업계에서는 HMC투자증권을 계열 증권사로 두고 있는 현대차가 향후 상호를 ‘현대차투자증권’으로 변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상표 등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상표 등록은 통상적으로 심사관의 심사와 출원 공고 등의 절차를 거치면 1년 1개월 정도 소요된다. 상표등록 관련 변리사는 “심사관이 ‘현대차투자증권’ 상표 등록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이르면 내년 7~8월에 등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 브랜드 사용권을 보유 중인 현대그룹(현대엘리베이(017800)터)이 이번 상표권 등록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그룹은 2008년 1월 현대차가 신흥증권을 인수한 후 상호를 ‘현대IB’ 증권으로 정하자 법원에 상표권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현대’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어 현대증권과 혼동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현대차IB’증권으로 상호를 바꿨지만 현대 측에서 다시 이의를 제기하자 같은 해 3월 현 상호인 ‘HMC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IB 업계의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011200)의 구조조정 중에서도 ‘현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110억원을 들여 상표권을 사들인 점을 감안하면 8년 전의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과거와 달리 상표권 등록을 일방적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증권이 KB금융(105560)에 매각돼 계열 증권사가 없고 5년간 ‘현대증권’ 브랜드 사용도 금지돼 있어 상표권 등록 심판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기존 브랜드와의 혼동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대응할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박호현기자·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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