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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수요 뚝→경유 공급과잉→수익성 악화...울상짓는 정유사들

[핫이슈] 경유차 파동이 가져온 두 모습

중국 밀어내기 수출물량 급증에

정제마진 손익분기점도 위협

정부 경유값 인상검토도 부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클린디젤(Clean Diesel)’의 허상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디젤차량 수요감소가 경유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결국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중국발(發) 경유 수출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국의 경유 수출량은 277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48만톤)과 비교해 475% 늘었다. 이는 1·4분기 한국 경유 수출량(596만톤)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중국은 올 들어 더욱 강력한 친환경정책을 대거 시행하면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아예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반(反)디젤차량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내수시장 침체까지 겹쳐 소비가 줄자 남아도는 경유를 밀어내기식으로 내다 팔고 있다는 게 정유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의 경유수요 감소에도 공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로 이른바 ‘찻주전자 정유사(Teapot Refinery)’로 불리는 중국의 일간 처리량 10만배럴 안팎 소규모 정유사들은 정부 지원을 업고 공급물량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박영훈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소규모 정유사에 원유 직도입을 허용하는 등 지원책을 펼치고 있어 향후 설비 가동률과 공급물량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도는 경유가 늘자 정유업계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수익성지표인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올 1월 배럴당 평균 9.9달러 수준이었지만 5월 들어 불과 넉 달 만에 배럴당 4.5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제품을 내다 팔았을 때 얻는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정유업계는 통상 정제마진이 배럴당 4.5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으로 해석한다.

정부가 경유 값 인상을 검토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초미세먼지 파동의 주범이 중국이 아닌 국내 경유차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경유 값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디젤차량의 장점은 가솔린차량에 비해 유가가 낮아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것인데 이런 장점이 사라질 경우 결과적으로 경유의 전체 소비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올해 일본 자동차 기업들마저 연비 및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을 일으켜 디젤차량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며 “하반기 정제마진이 더 하락할 경우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크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반기 주요 글로벌 정유사들이 설비가동률 조정에 나서 정제마진이 반등할 수 있고 2·4분기에는 원유 관련 재고 평가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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