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남극의 두꺼운 얼음 층(層) 속에서 중성미자(neutrinos)를 낚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치 얼음낚시를 하듯 얼음 층에 2.4km 깊이의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디지털 광학 모듈(DOM)이 달린 검출기를 내려 보내는 것이다. 검출기는 45kg 무게의 추 5개에 묶여 바닥까지 내려가게 되며, 뚫린 구멍의 물이 다시 얼게 되면 검출기는 얼음 층 속에 안정적으로 고정된다. 과학자들은 오는 2011년까지 남극대륙 중 1㎢ 지역에 이 같은 검출기 70개를 넣은 아이스큐브(IceCube)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우주 중성미자 검출 망원경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교가 추진 중인 아이스큐브는 초신성 같은 별이 태어날 때 생기는 신비의 고(高)에너지 입자인 중성미자가 얼음 분자와 부딪치면서 내는 푸른 섬광(체렌코프 방사선)을 찾는다. 남극에서 이 같은 중성미자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중성미자가 남극까지 오는 동안 대부분의 자연 방사능이 걸러진 후 매장된 망원경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성미자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검출기는 중성미자가 원자핵과 마주칠 확률이 높은, 즉 밀도 높은 물질 속에 배열돼야 한다. 남극의 얼음은 밀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매우 깨끗하기 때문에 푸른 섬광이 중간에 흡수되지 않고 탐지기에 닿게 한다. 현재 세계 각국이 연구에 나서고 있는 중성미자는 원자나 전자보다 작은 단위로 질량은 있지만 전하는 없는 입자로 만물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성미자를 검출하고 실체를 규명함으로서 우주 만물의 생성 원리를 밝혀내는 것은 모든 물리학자들의 꿈이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태양열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에서도 나오고, 무거운 입자에서 가벼운 입자까지 다수가 존재한다. 더욱이 우주에서 발생된 중성미자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뒤 지구 대기를 거쳐 지구에서 검출될 때까지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의 중성미자 연구는 지하 동굴이나 수중 등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곳에서 이뤄져 왔다. 이제 중성미자 연구는 지하 동굴이나 수중 이외에 남극의 얼음 층이라는 새로운 연구 장소를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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