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20일 이동평균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주춤하고 있다. 9일 코스피지수는 장 개장과 함께 상승탄력을 받으며 1227.72포인트까지 올라 120선(1,228)을 넘어서는 듯했으나 결국 전 거래일보다 7.57포인트(0.63%) 내린 1,202.69포인트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당분간 증시가 1,000~1,200선 사이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한국증시가 다른 이머징 국가와는 달리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지만 막상 코스피지수가 1,200선을 넘어서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밸류에이션 부담 만만치 않아=현재로서는 코스피지수가 1,200선에 안착한다고 하더라도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는 게 지배적 의견이다.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으로 보일 정도로 싸지는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증시가 환율과 ITㆍ자동차업종의 경쟁력을 배경으로 이머징 국가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누려왔으나 추가 상승은 힘에 부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에 따르면 현재 한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은 11.5배다. 지난 5년간 12개월 선행 PER의 평균치가 9.6배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주가는 20%가량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국ㆍ인도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과거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 지난 5년간 12개월 선행 PER가 평균 12.8배였지만 지금은 10.2배까지 내려갔다. 더욱이 MSCI 선진국지수 PER는 10.49배인 데 반해 MSCI한국지수는 11.2배 수준이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 같은 신흥국의 주식시장이 할증 거래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30선 넘으면 조정에 대비해야”=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120선을 돌파하더라도 주가가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단지 이 같은 상승 탄력에 힘입어 박스권을 형성하는 저점과 고점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2월에 1,200선을 돌파하지 못했으나 1월에는 1,220선을 넘어서며 조정에 들어간 데서 이런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전략 파트장은 “반등이 이어질 수는 있어도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 수준(1,240선)을 돌파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박스권 상단을 돌파할 경우 부분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와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구조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이자 외국인들의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ㆍ현대차와 같은 간판 기업들의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려면 뚜렷한 실적 개선 징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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