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피해' 국내 첫 배상판결 서울고법 "美 제조사 월남전 참전 6,795명에 630억 지급하라" 다이옥신-질병 인과관계 인정… 大法판결 주목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고엽제 피해와 관련, 제조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국내 법원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2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3부(최병덕 부장판사)는 월남전 파병 장병들이 고엽제의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후유증을 입었다며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몬산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제조사는 원고 6,795명에 대해 피해정도에 따라 1인당 600만~4,600만원씩 총 6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측이 불복, 상소할 경우 판결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 원고측이 이번 선고에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원고들에게 인정된 배상액 중 50%를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서는 고엽제 성분과 원고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이번 소송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은 월남전 참전자들이 앓고 있는 질병과 다이옥신(고엽제 성분)과의 인과관계 입증 여부였다. 재판부는 "임상의학이나 병리학적으로 다이옥신이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다이옥신의 유해성과 관련, 다양한 역학조사 결과를 검토해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측이 주장한 33개 질병 중 염소성 여드름, 폐암, 후두암, 전립선암, 2형당뇨병 등 11개 질병에 관해서만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관할권과 관련, 재판부는 ▦두 회사가 국내에 자산이 있는 점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의 결과 발생지가 한국인 점, 즉 고엽제 후유증이 한국에서 발병한 점 등을 이유로 한국법원에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월남전 참전자의 자녀가 '부모의 다이옥신 노출로 말초신경병을 얻게 됐다'며 낸 손배소에 대해서는 1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인과관계 입증 여부를 둘러싼 법리논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향후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원고측은 본안소송 이전에 지난 99년 두 회사가 보유한 국내 특허권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피고측의 이의제기로 현재 법원에서 심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미국 법정은 80년대 고엽제 제조사가 미국ㆍ호주ㆍ뉴질랜드 등 3개국 참전 군인들에 한해 1억8,000만달러를 보상하는 데 합의하도록 한 적이 있으며 그 이후 제기된 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입력시간 : 2006/01/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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