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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거나 이롭거나
입력2003-08-03 00:00:00
수정
2003.08.03 00:00:00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에게 친구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듣기 전에 먼저 `사실에 근거한 것인가`, `그 친구에게 좋은 얘기인가`, `듣는 사람에게 유익한가` 중 한 가지만이라도 해당되면 말하라고 하자 그 사람은 “모두 아니라”며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누구나 남의 말을 하기에 앞서 이 세 가지를 먼저 떠올리면 남에 대한 말의 절반 이상은 없어질 것이다. 더욱이 그로 인한 오해나 언쟁까지 감안하면 세상은 한결 조용하고 평화로워지리라 믿는다.
우리는 대체로 “그 친구 어때” 하는 질문에 사실에 기인하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얘기를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그 질문이 갖는 뉘앙스를 감안,대체로 부정적인 얘기를 함으로써 그 친구는 궐석재판을 받고 선입견에 의해 억울한 대접을 받게 되는 경우도 본다.
말은 위치나 장소 분위기에 따라 상대나 그 친구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다. 인터넷에 띄우는 수많은 `카더라`, 검증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나 몰아붙이기 식의 얄팍한 공세, `믿거나 말거나`식의 비난 등의 영향은 실로 크다.
GE엔 뜬소문과 그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이 있다. 옴부즈맨 제도와 윤리경영위원회, 인사위원회가 그것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 사내변호사, 인사담당, 임원 등 6명중 누구에게나 얘기하면 자동적으로 윤리위원회(CRB)에 상정되어 진실 여부가 밝혀진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사안이나 소문을 기초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없고 반드시 직접적인 면담을 통한 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이런 제도는 때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엉망으로 엉클어진 혼란상을 추슬러 보자는, 사회통합이라는 큰 얘기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함께 일하는 직장 내에서만이라도 조직내의 상하간, 남녀간 그리고 노사간에 유기적 일체감이 형성 될 수 있도록 시스템 설치 등 새로운 시도를 해 봄이 어떨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도달하기 위해선 경제적 목표만 달성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도 성숙돼야 한다. 그러자면 새로운 돌파구(Break Through)가 필요하다. 소크라테스의 테스트는 모든 직장인이 시도해볼 만하다 싶다. `나 혼자 해봐야`가 아니라 `나 혼자만이라도`라는 생각으로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밝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채욱(GE코리아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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