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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문화산업에 10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0년 글로벌 10위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한다. 문화산업 불모지에서 출발해 20년 동안 축적한 경쟁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문화창조 기업으로 우뚝서겠다는 포부다.
CJ그룹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충무로 CJ인재원에서 문화산업 진출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향후 5년 동안 10조원을 문화산업과 서비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CJ가 투자할 10조원은 그간 CJ가 문화산업에 투자한 누적금액 7조5,000억원을 웃도는 규모이자 국내 문화산업 사상 최대 투자액이다. CJ는 우선 현재 3조6,000억원 수준인 문화산업 매출을 5년 뒤 15조6,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CJ E&M, CJ CGV, CJ헬로비전 등 문화콘텐츠 관련 계열사를 그룹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대대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글로벌 10위권의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로 했다.
국내 1위 극장사업자인 CGV도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현재 6개국 1,637개인 상영관을 2020년 12개국 1만개로 확대해 연간 1억3,000만명인 CGV 관람객을 7억명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전체 상영관의 85%를 해외에 두고 매출의 65%를 해외에서 달성해 전 세계 영화 관람객의 8%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은 미국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연매출만도 70조원이 넘는 컴캐스트를 선두로 월트디즈니(39조7,000억원), 타임워너(35조원), 비아컴(31조8,000억원), 소니(11조1,000억원) 등 글로벌 기업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2020년에는 컴캐스트의 매출이 87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글로벌 문화콘텐츠 기업 10위가 현재 매출 10조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CJ는 지금보다 4배 이상 매출을 늘려야 하는 셈이다.
CJ의 문화산업 투자는 1995년 제일제당이 미국 드림웍스에 3억달러(약 3,500억원)를 투자하면서 본격화됐다. 문화산업 불모지였던 한국 내수기업이 세계적인 영화투자사의 2대주주로 참여한다는 소식은 당시 글로벌 문화산업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이후 CJ는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선보이고 문화콘텐츠 계열사 CJ E&M을 설립하는 등 20년 동안 문화산업의 기틀을 닦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투자에 비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문화산업의 특성상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도 잇따랐지만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며 밀어붙인 이재현(사진) 회장의 '뚝심 경영'이 오늘날 문화기업 CJ를 이룬 원천이자 한류 열풍의 밑거름이 됐다. CJ가 문화산업을 일찌감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문화콘텐츠 시장이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PWC에 따르면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 규모는 1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4,000억달러 수준인 휴대폰 산업보다 5배, 3,400억달러인 반도체 산업보다는 6배가 더 크다. 고용창출 효과도 다른 산업을 압도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출 10억원 발생시 문화콘텐츠 산업은 12.4명, 문화서비스 산업은 15.2명을 추가 고용했다. 반도체 산업이 2.6명에 불과하고 자동차도 6.9명에 그쳤다는 점에 비춰 보면 문화산업은 일자리 창출에서도 가장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다.
CJ의 투자가 본격화되면 국내 문화산업의 저변 확대는 물론 최근 정체기에 빠진 한류 열풍에도 또 다른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돼 제때 투자가 뒷받침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이후 지병 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데 건강상태가 극도로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이 회장 구속 이후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인수, 수도권택배허브터미널 건립, 동부산영상테마파크 사업 등에 뛰어들었지만 신속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모두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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