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에 3兆1,500억 물어줘야 삼성, 삼성차 채권환수訴 1심서 패소삼성측 "판결문 검토후 항소여부 결정할 것" 8월합의서 양측입장 달라 법정다툼 계속될듯 이규진 기자 sky@sed.co.kr 단군 이래 최대의 소송으로 불리던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소송에서 삼성 측이 사실상 패소해 연체이자를 포함한 약 3조1,500억원을 물어내게 됐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일단 판단 유보의 자세를 취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다만 증여받은 삼성생명 주식으로 배당까지 받아온 채권단이 이미 소유권이 없어진 삼성그룹에 책임지고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달라고 하는 건 잘못된 주장"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판결 내용 뜯어보니=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재복 부장판사)는 31일 삼성자동차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약 5조원(부채 2조4,500억원, 이자 2조2,880억원)의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은 채권단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233만주를 처분해 1조6,388억원을 지급하고 연체이자를 연 6% 이자율로 계산해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주식을 처분한 후에도 부족한 금액이 생길 경우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가진 삼성생명 주식을 팔아 총부채인 2조4,500억원을 채우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 측은 총부채 2조4,500억원에다 채권단이 매각하지 못한 삼성생명 주식 1조6,388억원어치에 대한 이자 약 7.000억원을 포함해 총 3조1,500억원을 물어내게 됐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1999년 6월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원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법정다툼 어디까지=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채권단과 삼성그룹의 이해범위 내에서 법원이 '산술적 중립'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1999년 6월 삼성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 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50만주)를 채권단에 주는 것으로 채무를 변제했다'는 입장이다. 채무변제 행위가 종결됐는데 왜 추가로 기간이자까지 물어야 하느냐는 것. 반면 이해당사자인 채권단 측은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 후 두달 뒤인 '1999년 8월의 합의서'를 근거로 삼성의 채무변제 행위가 종결되지 않았으므로 금융비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합의서의 골자는 '2000년 12월31일까지 채권단에 2조4,500억원 지급 완료를 보장한다'는 것. 따라서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주식의 현금화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은2005년 말까지 삼성생명 주식을 상장하거나 해외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출금 회수에 나섰지만 국내 보험업법의 제약에 걸려 실패한 뒤 합의서를 근거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8월 합의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당시의 합의는) 독점적ㆍ우월적 지위에서 금융제재 결의와 정부의 공권력 행사라는 부당한 수단을 악용해 체결한 반사회적 법률행위이므로 무효"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삼성 측은 이번 판결이 나기 전까지도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는 자세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대법원으로까지 소송을 진행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주식을 처분한 후에도 부채를 다 갚지 못하면 이 회장의 삼성생명 개인 주식을 팔아 이를 메우게 되며 주식가치가 합의서에 명시된 70만원보다 저평가되면 이 회장이 '+α'의 금액을 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 측은 항소할 예정이나 2심에서도 패소하면 연체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입력시간 : 2008/01/3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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