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에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롯데그룹은 '보수적 성향의 내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몇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이 같은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케이피케미칼, 우리홈쇼핑, 두산주류, GS리테일 백화점ㆍ마트 부문 등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고 해외에서도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대형마트 마크로, 말레이시아 석유화학기업 타이탄 등을 인수하며 해외 진출의 발판을 다졌다. 이 같은 롯데의 거침없는 인수합병(M&A)과 공격경영의 중심에는 신동빈 회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 회장은 올해 임원 인사에서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2세 경영체제'를 확고히 했다. 신 회장과 함께 지난 1970년대 롯데에 입사해 30년 넘게 롯데의 주력사업인 유통ㆍ석유화학ㆍ식품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경영인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최고경영자(CEO)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회장의 두터운 믿음 아래 각자의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며 '글로벌 롯데'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그룹의 핵심, 유통 부문=유통 부문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이철우(68) 롯데백화점 사장이다. 이 사장은 1976년 롯데쇼핑 창립멤버로 입사한 정통 '롯데맨'이자 롯데 유통 부문의 '맏형'이다. 그는 롯데백화점 영업본부장, 롯데리아 대표이사, 롯데마트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부터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그는 특히 그룹 내에서 신 총괄회장의 의중과 경영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CEO 가운데 한 명으로 통한다.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기획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국내외 모든 현장을 직접 방문해 소통하는 현장형 CEO로 유명하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운 것도 이 사장의 이 같은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룹 내외부의 평가다. 소진세(61) 롯데슈퍼 사장과 노병용(60) 롯데마트 사장은 대구고 동기동창으로 롯데쇼핑에 입사한 후 비슷한 시기에 승진하며 선의의 라이벌로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소 사장은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30년 넘게 유통과 함께한 '유통맨'으로 2006년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대표에 발탁돼 취임 첫해에 흑자로 돌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강한 추진력으로 롯데슈퍼를 기업형 슈퍼마켓 1위로 끌어올린 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 사장 승진과 함께 코리아세븐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노 사장은 단기 처방을 내리기보다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가지고 신중하게 경영하는 스타일이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 만든 '장보기 게시판'은 전직원이 고객의 관점에서 직접 쇼핑을 해보고 개선책을 제안한 것을 바로 경영에 반영해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그는 롯데마트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체인 '마크로'와 중국 대형마트 업체인 '타임스'를 잇달아 인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밖에 신헌(57) 롯데홈쇼핑 사장은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ㆍ상품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이사를 역임한 유통 전문가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강점이다. 얼리어댑터 CEO로도 정평이 나 있다. ◇신성장동력, 석유화학ㆍ건설 부문=신 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롯데의 석유화학 부문은 정범식(63) 호남석유화학 사장과 허수영(60) 케이피케미칼 사장이 이끄는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 사장과 허 사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 창립멤버로 입사했으며 정 사장이 허 사장의 서울대 화학공학과 3년 선배다. 특히 정 사장은 화학공장설계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현재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 지난해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회사인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경영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허 사장은 35년간 롯데그룹 석유화학 부문에만 근무하며 석유화학사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췄다. 특히 허 사장은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며 화학 분야 M&A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호남석유화학 기획ㆍ신규사업 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며 현대석유화학ㆍ케이피케미칼 인수를 주도했고 케이피케미칼 대표이사로 부임한 뒤에는 2009년 파키스탄 PTA사에 이어 2010년 영국 아테니우스사를 인수했다. 2008년 롯데맨으로 영입된 박창규(62) 롯데건설 사장은 30여년간 리비아ㆍ파키스탄 등의 건설현장을 누비며 해외사업과 토목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린 건설 전문통이다. 박 사장은 취임 이래 초대형 프로젝트와 함께 해외사업, 플랜트사업 및 기획개발사업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룹의 뿌리, 식품 부문=1967년에 설립된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로 신 총괄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는 계열사다. 이런 롯데제과를 이끌고 있는 김상후(61) 사장은 1975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이래 30여년 동안 국내 과자시장을 지켜온 산증인이다. 롯데제과의 효자상품인 자일리톨휘바ㆍ설레임ㆍ드림카카오 등이 김 사장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또 견과영업 이사와 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영업통으로 타고난 필드감각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8년에는 세계적인 명품 초콜릿 브랜드인 '길리안'을 인수해 롯데제과의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재혁(57) 롯데칠성음료 사장은 정책본부에서 운영실장으로 계열사 현황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아오다 올해 인사에서 사장 승진과 함께 롯데칠성음료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칠성음료 외에 롯데주류BGㆍ롯데아사히주류의 대표이사도 함께 맡았다. 오랜 기간 기획파트에서 근무해 회사 흐름에 정통하고 예측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기획담당 임원으로 재직할 때 '스카치블루'를 도입, 위스키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김용수(53) 롯데삼강 대표는 1983년 롯데제과에 입사한 전통 롯데맨으로 현재 롯데삼강ㆍ롯데햄ㆍ웰가ㆍ파스퇴르유업 4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롯데삼강 대표 취임 첫해에 강력한 추진력으로 20%의 성장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파스퇴르유업을 인수해 롯데삼강이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평소 소통과 인재양성을 중요시해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항상 자기계발을 독려하고 공부할 것을 당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