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의 성장은 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비롯해 고용ㆍ물가전망 등 모든 거시지표의 전망치를 대폭 수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3차 오일쇼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높은 국제유가다. 당초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던 전망은 크게 빗나가면서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현재 136달러에 이르렀다. 정부는 결국 4개월이 채 안 돼 경제운용방향 기조 등을 모두 바꿔 성장보다는 ‘물가와 민생안정’으로 정책의 무게 추를 이동시켰다. 집권 초기 앵무새처럼 외쳤던 ‘7ㆍ4ㆍ7’의 거품을 거둔 셈이다. ◇목표ㆍ전망치 어떻게 바뀌었나=정부는 경제여건 변화, 정책추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올해 3월 6% 내외로 제시했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 후반으로 낮췄다. 정부는 올 1ㆍ4분기 5.8%를 기록하던 성장률이 2ㆍ4분기에 5% 내외, 3ㆍ4분기에 4% 초중반으로 떨어지고 4ㆍ4분기에는 4% 내외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낮아지는 반면 수출 주도형 성장 패턴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2.5%)보다 크게 높은 4.5%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월에 내놓은 예상치 3.3%를 크게 웃돈다. 정부는 특히 올해 두바이유 가격이 연평균 배럴당 11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적자 전망치는 기존 70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늘려 잡았다. 상품수지 흑자기조는 이어지겠지만 고유가 등에 따른 수입 증가로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신규 취업자 증가폭도 기존 예상치인 35만명을 20만명 내외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정책의 무게 추는 ‘물가ㆍ민생안정’으로=정부가 밝힌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뒤로 밀렸다. 정부가 제시한 4대 목표는 ▦물가안정 노력 강화 ▦민생안정을 위한 지원 강화 ▦일자리 창출 ▦성장잠재력 확충 등으로 물가ㆍ민생안정에 확연히 방점이 찍혔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성장’에 올인할 경우 큰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가ㆍ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선진국 경제 위축,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섰고 소비ㆍ투자 등 내수가 침체돼 하반기 성장률이 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한국경제는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여기에 쇠고기 정국 등 정치까지 불안해 섣불리 성장 우선 정책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 결국 정부로서는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를 물가와 민생안정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지원’으로 충격흡수=민생안정을 위한 대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지원을 늘리는 방안으로 모아졌다. 이는 6월 최대 24만원의 유가환급금을 지급하는 등 모두 10조5,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고유가대책과도 일맥상통한다. 간접지원이 아닌 직접지원을 통해 효과가 즉시 발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임종룡 경제정책국장도 “하반기 경제운용은 서민ㆍ중소기업ㆍ고용확대 등에 가장 무게를 뒀고 직접지원이 많아질수록 충격도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직접지원을 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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