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들의 외화차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화차입금 중 상당 부분이 단기외채에 집중됐고 최근 공모를 통한 중장기 외채 발행여건이 급격히 악화돼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9개 은행의 올 1·4분기(2008년 1~3월) 외화차입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43.9% 증가한 51조9,4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19.3% 증가한 것. 외화차입금은 분기별로 증가하다 올 들어 증가세가 더욱 확대됐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2·4분기에는 40조4,99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2%, 3·4분기에는 43조4,866억원으로 7.4% 늘어났다. 하지만 4·4분기 들어 43조5,39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별로는 한국씨티은행이 5조9,6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급증했으며 신한은행(98.7%), 농협(69.3%), 국민은행(66.7%), 외환은행(40.0%)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은행들의 외화차입금 규모가 늘어난 것은 기존 외화차입금의 만기상환과 지난해 대거 발행했던 은행채 만기 물량 등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국제금융센터는 올 한해 은행권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자금을 약 140억달러(약 15조원)로 추정했다. 특히 올 9월과 11월 등에 만기상환이 집중돼 있으며 이 시기에 매월 20억달러(약 2조원) 이상 상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은행들의 1년 미만 단기외화차입 규모는 43억3,000만달러로 1월 말 기준(20억8,000만 달러) 대비 108.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외채 급증이 대외지급 능력을 떨어뜨려 국가신인도 하락을 불러올 뿐 아니라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외화차입 가산금리가 오르면서 국내 은행들의 중장기 외화차입 여건도 더욱 악화돼 국내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마저 있다. 중장기 외화조달 여건을 나타내는 5년 만기 한국물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7일 현재 1.22%포인트(121bp)를 기록해 3월 말 정점 수준(1.27%포인트)에 육박했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그만큼 국가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것으로 국내 기업이나 은행들의 해외차입 환경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ㆍ농협은 글로벌본드 발행을 계획했으나 발행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유로본드 발행을 위해 시장상황을 주시하던 국민은행 역시 발행계획을 잠정적으로 연기한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외채의 단기 유입과 유출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인 만큼 단기외채가 급증하면 국내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