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는 지난 3월 유한회사 설립과 관련한 최소자본금 규정을 변경했습니다. 최소자본금이 3만5,000유로에서 1만유로로 4년 만에 인하됐는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3만5,000유로로 인상된 겁니다.
이 개정안은 신규 창업의 활성화, 외국인 투자 유치를 내세운 찬성론자들과 사주의 도덕적 해이, 채권자 위험 증가를 내세운 반대론자 사이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1년여간 최소자본금을 인하해봤더니 창업 증가 효과가 크지 않았고 정부의 세수 감소도 부담스러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겁니다.
대신 오스트리아 정부는 한 가지 새로운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유한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최소자본금의 50% 이상을 현금으로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이 금액을 1만7,500유로가 아닌 5,000유로로 정한 것입니다. 신규 창업에 따른 자금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회사 설립 후 10년 내에 나머지 1만2,500유로를 완납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또 '자본금 완납이 이뤄지지 않은' 유한회사와 정상적인 유한회사는 명칭부터 구별됩니다. 채권자나 거래 상대의 혼란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5,000유로로 시작한 유한회사는 자본금 완납 때까지 회사명에 '유한회사(GmbH)'가 아닌 '유한회사 설립권한 있음'이라는 설명이 붙습니다.
그리고 10년 내에 자본금을 완납하지 못하면 11년째에 파산 절차를 밟도록 했습니다. 미리 자발적으로 청산 절차에 들어가든가, 사주가 무한책임을 지는 개인회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 모든 규정은 창업 확대와 채권자 보호 사이에서 고민한 오스트리아 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진출을 계획하는 한국 기업들이 꼭 한 번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김현준 KOTRA 빈무역관 조사팀장
※이 글은 다음 주 KOTRA OIS홈페이지(www.ois.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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