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도 펀드에 들어주세요. 수익률이 좋다고 해요.” 얼마 전 대학 동창생들과의 모임에서 한 친구가 들려준 얘기입니다.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이 이런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친구가 그 아이에게 “수익률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묻자 “이자?”라는 답이 나왔답니다. 펀드 투자가 대중화되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 조차 ‘펀드’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상황입니다. ‘수익률’이라는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주위 사람들이 ‘펀드’라는 단어를 주문처럼 외우다 보니 빚어진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된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주가도 곤두박질쳤지만 펀드 투자 수요는 아직도 엄청납니다. 이달 20일 코스피 지수가 65포인트 이상 떨어졌을 때도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몰렸습니다. 아직은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겠지요. 예금을 비롯해 현금성 자산을 모두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돈을 불려보겠다는 욕심 때문이겠지요. 최근의 상황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명제를 실감하게 합니다. 지난 80년대 말 국민주로 짭짤한 재미를 보자 너도 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심지어 시골 노인이 서울 여의도의 증권회사를 찾아와 “증권거래소에서 가까우니 주식을 도매가격으로 싸게 살 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주식은 가치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 ‘위험 자산’입니다. 펀드도 주식에 투자하는 만큼 얼마든지 가치가 변동할 수 있습니다. 상당수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돈을 잃는 것은 이런 평범한 진리를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목표 수익률을 20%로 잡았다가 주가가 오르면 이를 30%, 40% 등으로 계속 상향 조정합니다. 욕심을 자제해야 비교적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최고의 ‘위험 관리(Risk Management)’는 바로 ‘욕심 관리(Greed Managemen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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