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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연말 자금 보릿고개 오나" 초긴장
입력2008-09-01 17:15:22
수정
2008.09.01 17:15:22
금융시장 경색에 채권발행 차질등 잇단 위기설<br>일부 은행권선 신규여신 중단 움직임에<br>기업들 장단기 자금흐름 긴급체크 비상
금융환경이 극히 불안정해지자 기업마다 장단기 자금흐름을 긴급 체크하는 등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중견 그룹은 물론 10대 그룹 자금담당자들 사이에서까지 연말 ‘자금 보릿고개’가 도래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주가 급락에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 전반이 얼어붙어 주요 자금공급 통로인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기업공개(IPO)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일부 은행권에서는 신규 여신을 중단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현 상황을 평가하자면 ‘쓰나미 주의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그룹들은 연말 경영전략 전반에 대한 수정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꼬리를 무는 ‘돌림식 위기설’=1일 시장에서는 K그룹이 자금위기설에 휩싸이면서 홍역을 치렀다. 실상은 언론과의 소통 부재에 따른 것이었지만 시장은 지레 놀랐고 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대거 하한가를 맞았다.
이런 현상은 이번만이 아니다. A그룹 임원은 푸념 섞인 어투로 ‘돌림식 위기설’이라고 표현했다. 금호아시아나에서 출발해 STXㆍ두산그룹에 이르기까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부풀렸던 그룹이 돌아가면서 매도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룹들이 이처럼 ‘날벼락’을 맞자 멀쩡한 그룹들까지 ‘준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B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위기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그룹 자금담당자들이 ‘다음에는 누구냐’는 말을 반농담처럼 주고받는다. 10년 전과 너무 흡사하다”고 토로했다.
◇말라붙은 돈 창구…기업들 긴급 점검 돌입=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개월 전부터. 포스코와 한화ㆍ금호아시아나ㆍ기아차ㆍGS칼텍스정유 등 대기업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 ‘자금 비축’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이마저도 녹록지 않게 됐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금리가 올라 정상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힘들어진 것. 이에 따라 1,000억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B기업은 포기하고 말았다.
최근에는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량사인 LG이노텍은 최근 일반공모 청약을 실시했지만 청약경쟁률이 0.66대1에 그쳤다.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은 대한생명 등 우량 계열사 상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시장경색으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SK그룹도 SK C&C를 조기 상장해 내년 6월까지 지주회사체제를 완료하려 하고 있지만 최근의 증시 분위기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은행권의 문을 두드리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시중은행의 대기업 여신담당 임원은 “기업들이 최근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은행 자체가 조달비용이 높아져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신규 기업 여신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명동 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 상당수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최근 들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 손실 누적…‘미스매칭’ 우려=금리 상승에 이어 이번에는 환율 급등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외화부채 규모가 큰 정유업체들은 말 그대로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GS칼텍스는 2ㆍ4분기 말 순외화부채가 63억달러에 달하며 SK에너지는 40억달러에 이른다.
SK에너지는 외화장기부채 9억달러는 헤지를 했지만 31억달러는 고스란히 환율변동에 노출돼 있다. 환율이 1원 오르면 31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구조. 정유사들은 3ㆍ4분기에만 외화 수지에서 1,000억~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미스매칭(만기불일치)’에 따른 일시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오는 문의를 대응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자금경색은 비교적 넉넉한 업종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초 사업 환율을 각각 900원대 초중반으로 잡았는데 이미 틀어진 상황. LG전자는 10억달러가 넘는 달러 부채 때문에 1ㆍ4분기와 2ㆍ4분기 중 외화부채 손실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심각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자금차입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그룹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말 보릿고개가 현실화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자금 상황의 점검 단위를 월간에서 주간ㆍ일간으로 좁혀나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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