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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 입고 돌아온 ‘킹콩’

15일 개봉하는 '킹콩'<br>비현실적 로맨스와 현실적 풍자 어우러져 매력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는 자신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번’에서 영화 ‘킹콩’에 대한 단상을 적는다. 78년, 그는 한 대학의 박사과정 면접에서 소아마비 장애인이란 이유로 떨어지고 명보극장에서 ‘킹콩’을 본다. 그리고 말한다. “그 눈, 그 슬픈 눈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가 인간이 아닌 커다랗고 흉측한 고릴라였기에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허락돼지 않았다. 나는 전율처럼 깨달았다. 이 사회에서 내가 바로 킹콩이라는 것을.” 15일 개봉되는 피터 잭슨 버전의 ‘킹콩’을 보는 관객이라면 27년 전 장 교수가 느꼈던 꼭 그만큼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 흔한 패러디나 새로운 해석 하나 없이, 잭슨은 우직하게 원작 ‘킹콩’이 전해주려 했던 메시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충실한다. 어차피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게 ‘킹콩’은 구전으로나 전해 들은 신화일 뿐이다. 원작의 감동을 최첨단 특수효과로 되살린 이 작품은 ‘고전에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적 감동이 있다’는 말이 영화에서 역시 그대로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영화는 원작 그대로 1930년대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다. 앤 대로우(나오미 왓츠)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떠돌이 삼류배우.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영화감독 칼 던햄(잭 블랙)에게서 자신의 영화 주인공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겨우겨우 제작준비를 마친 던햄은 미지의 섬 ‘해골섬’을 찍기 위해 스태프들과 함께 망망대해를 헤쳐나간다. 마침내 도착한 해골섬. 그 곳엔 문명과는 거리가 먼 원시인들이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앤은 거대괴물 ‘콩’의 제물로 잡혀 바쳐진다. 이제 앤과 ‘콩’의 로맨스와 던햄 감독의 탐욕이 엉켜 영화는 물살을 탄다. 영화의 첫번째 매력은 단연 볼거리. 제작비 2,200억원을 쏟아 부었다는 자랑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1930년대 뉴욕의 시가지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놀라움으로 시작해 ‘해골섬’에 이르면 징그러울 정도로 원시림의 야생 세계를 그려낸다. 정글과 계곡을 지나 숲에 다다르면 실제 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킹콩과 공룡을 닮은 육식동물을 만날 수 있다. ‘디테일의 승리’는 영화의 완성도를 살리는 열쇠. ‘반지의 제왕’에서 판타지의 ‘끝’을 보여준 잭슨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결코 현실에 없는 것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상상력의 극한을 마음껏 뽐낸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해골섬의 징그러운 괴물들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써 잠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정도.(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84분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만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으면 킹콩과 미녀의 사랑이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 때문이라도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춘향전을 알지만 실제 원작을 읽은 이는 거의 없는 것처럼, ‘킹콩’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 영화가 왜 감동적인지 느껴본 사람은 별로 없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까지. 가장 비현실적 로맨스와 가장 현실적인 풍자가 어우러진 영화는 고전의 힘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할리우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 그 자체의 힘이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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