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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혁신 어디까지

스페셜 트랙… 잡셀링… 챕터2… 그의 혁신 손길에 한국 금융 성패 달렸다


커리어 마켓·연어 프로젝트 등 인사·디자인 전략 곳곳서 파격

일부 '불황에 딴짓' 비판 불구 오너뚝심으로 글로벌 무대 공략


지난 11일 현대카드가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인 팬택과 손잡고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로 하면서 현대카드의 혁신을 넘어선 '파격'이 금융사는 물론 제조업에까지 회자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추진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현대카드는 디자인 부문을 맡는다.

이번 일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팬택이 올 1월 현대카드의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됐다. 보고를 받은 정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카드사가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카드업계 불황이 깊어지면서 실적은 하락일로에 빠져 있던 터였다. 정 사장은 숙고 끝에 수락했다. 돈(이익)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모바일 시장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라 판단했다.

초기 단계인 지금 두 기업 간 기술융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과를 차치하고서 두 기업의 만남만으로도 우리나라 산업계에 전해지는 울림이 크다. 전 세계적인 시대 조류로 떠오른 '융합'의 대표 사례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사실 정 사장은 융합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최고경영자(CEO)다. 정 사장이 융합과 혁신, 디자인의 전도사로 사전에 길이 남을 스티브 잡스의 추종자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체크카드 이슈가 한창 불거졌을 때 대기업 계열 카드사 중 가장 먼저 시중은행과 손잡고 체크카드 발급에 나섰다. 이전까지 대기업 계열 카드사에 수익성이 낮은 체크카드는 계륵에 지나지 않았다.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지만 정 사장은 혁신이란 이래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계열 카드사를 가진 은행이 남이나 다름없는 카드사의 상품을 어떻게 대할지는 어린아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혁신은 결과보다는 발상 단계, 그리고 과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의 혁신을 시장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KB금융그룹의 여의도 방문이다.

평소 정 사장의 혁신 경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당시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KB국민카드가 분사하기 전 벤치마킹의 일환으로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방문을 지시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사옥 안에 자사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드는 등 다른 카드사가 시도하지 않은 많은 전략을 실험했는데 평상시 혁신 경영과 디자인 경영에 관심이 많던 어 전 회장이 특별히 지시해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혁신은 조직 운영에서도 계속된다. 현대카드는 신입사원·재직직원·퇴직직원을 대상으로 각각의 차별화된 채용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스페셜 트랙'은 학벌, 학점, 토익 점수 등 단순한 스펙을 뛰어넘어 지원자가 집중한 특정 부문에서의 역량과 성취 등을 검증해 채용하는 제도다. 호텔리어, 미술 큐레이터, 온라인 UX 전문가 등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 재능을 통해 입사 지원을 가능하게 한 것.

아울러 신입사원에게 일방적으로 부서를 통보하던 방식을 벗어나 부서가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어필해 지원받도록 하는 잡 셀링(job selling) 방식을 고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 현재 재직직원들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온라인상에 구축된 '커리어마켓'을 통해 희망 부서를 지원할 수 있게 했으며 퇴직자 중 재입사를 희망하는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연어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는 등 인사 파격을 이어오고 있다.

정 사장이 가장 최근 시장에 던진 파격 중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챕터(Chapter)2' 전략이다. 그는 지난해 초 가맹점 수수료 개편으로 더 이상 모집 비용을 대거 투자해 외형을 키우는 영업 전략을 수정하고 "의미 없는 점유율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고민의 결과물인 챕터2를 선보여 50만원 미만의 고객은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100만원 이상의 고객에게 혜택을 추가 제공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진성 고객을 추리기 위한 시도였다. 카드업계는 "돈 안되는 고객을 탈락시키는 행위"라고 폄하하면서도 현대카드의 M, X카드의 판매 추이를 예의주시했으며 일부 카드사들은 현대카드처럼 계열화한 상품군을 선보이기도 했다.

혹자는 정 사장의 파격 행보에 대해 오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폄하한다. 단기업적에 치중될 수밖에 없는 고용 CEO와 달리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어 장기 전략을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7개 카드사 중 회사를 직접 소유한 CEO는 정 사장이 유일하다. 동시에 현대카드가 시장점유율(M/S)이 떨어지고 순이익도 급감하는 마당에 디자인이니 슈퍼콘서트니 '딴짓'을 하고 있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정 사장이 사장을 겸임하는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자동차라는 캡티브마켓을 이용해 쉽게 돈벌이를 한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단호하다. 캡티브마켓과 관련된 질문에 정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처럼 금융이 후발주자일 때는 프로덕트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며 "(그런 와중에) 우리는 영국에도 진출했고 스페인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와 합작법인도 세웠고 국내에서 가장 글로벌화된 금융회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의 혁신은 이제 미국과 런던 등 글로벌 무대를 향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 금융 3자가 결합된 형태,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을 향한 끊임없는 그의 손길과 그 성패가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업그레이드를 가늠할 것"(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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