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기축통화 보유국가가 국제적 파급영향을 간과한다면 기축통화로서 신뢰를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창립 63주년 기념사에서 "기축통화 보유국가가 외부효과를 간과하는 것은 국제경제 질서의 안정을 유지해야 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자국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경제는 기축통화국의 제로하한에 상응하는 우리나라 정책금리의 유효한 하한은 무엇인지 실증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김 총재는 또 "국제적으로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구조조정 기업의 취약성이 즉각 노출될 것"이라며 "선진경제가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제를 운영, 취약성이 누적됐을 가능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축소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 나라의 참여가 위기극복에 필수적"이라며 "국제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적절한 대응책을 적기에 추진할 정보도 획득하지 못하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시중은행장을 초청해 개최한 금융협의회에서도 미국의 출구전략과 일본 아베노믹스에 대해 "시장 불확실성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참석자들은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전환 기대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 은행 경영여건의 변화 가능성에 유의해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유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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