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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영세상인들은 은행 문전에도 가기 힘든데 무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다니 고맙지요."(수원 영동시장 정육점 상인 김명식씨) "미소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4% 이자도 비싼데요. 우리야 하루에 100원 벌면 100원만 써야 하는 형편인데 기왕이면 더 싸거나 무이자로 안될까요."(영동시장 건어물 상인 안혜자씨) 동장군이 칼바람으로 심술을 부리던 15일 수원 팔달구의 영동시장 입구에는 지역 상인들이 처음 보는 입간판이 하나 생겼다. 간판에는 '삼성 미소금융재단 수원지점'이라고 써 있었다. 자활을 원하는 저신용자들에게 무담보로 소액신용대출을 해주는 미소금융지점 1호점이 문을 연 것이다. 이 지역은 지동시장을 길 건너편에 둔 영동시장을 비롯해 미나리깡ㆍ팔달ㆍ남문ㆍ복골시장 등 크고 작은 재래시장들이 밀집해 있는 소상인 밀집지대다. 그중에서도 지동시장은 가장 역사가 오래돼 단골이 많은 편이었지만 요즘에는 대형할인점 등에 손님을 빼앗겨 '대목'을 본 지 오래다. 그만큼 상인들은 돈 줄이 말라 있지만 은행 대출은 꿈도 못 꾼다. 상인들은 소득증빙 등이 어렵고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미소금융 지점이 들어온다고 하니 지역 상인들은 일단 기대감이 앞서는 모습이다. 개점 첫날부터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대출방법을 문의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상인은 "미소금융이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상인들은 미소금융의 금리가 보다 더 낮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연호 팔달문시장상인회장은 "이미 팔달 지역 시장상인들은 상인회 등의 지원을 통해 새마을금고 등에서 연 4%대의 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며 "미소금융이 실질적으로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시중 최저금리보다 더 이자가 싸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단순히 소액을 빌려주는 것 정도라면 일반 서민금융기관과 큰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는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이나 주요 대기업ㆍ은행의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소금융이 단순히 소액 대출을 해주는 데 머물지 않고 이를 매개로 저신용자들의 자활상담을 원스톱으로 해줄 수 있는 토털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중 삼성그룹 부사장은 "삼성미소금융은 그저 돈만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의 전ㆍ현직 인력풀을 최대한 가동해 자활의지가 있는 서민들에게 자활 방법을 가르쳐주는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겸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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