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체들이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유선 통신업체의 대명사였던 KT는 지난 6월 통합법인 출범 이후 무선 부문의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50%를 넘어서면서 이통사로 탈바꿈을 한 상태고, SK텔레콤은 사업의 무게 중심을 음성통화 위주에서 기업 대상 서비스로 옮기고 있다. LG텔레콤도 내년초 계열사 합병을 계기로 유무선 융합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3ㆍ4분기까지 KT의 무선부문 누적 매출액은 7조1,92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14조2,082억원)의 50%를 넘어섰다. KT 무선매출이 회사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기별로는 무선부문의 3ㆍ4분기 매출은 2조5,017억원을 기록, 2ㆍ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전체 매출액의 50%를 웃돌았다. 집전화 업체로 불리던 KT가 계열사 통합 이후 빠르게 이동통신사로 체질개선을 하고 있는 것이다. KT는 특히 중소 협력사와의 제휴는 물론, 지분 인수를 포함한 인수합병(M&A)를 통해 금융ㆍ렌터카 등 타 영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KT는 스마트그리드 컨소시엄처럼 대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최근 이종산업간 협력을 강화해 자동차와 금융ㆍ물류 등 다른 산업분야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산업생산성향상(IPE) 부문의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10년 후에는 이 분야의 매출 비중이 이동통신을 넘어서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모바일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음성 뿐만 아니라 데이터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통신 3사도 최근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주축으로 유무선 융합서비스 준비에 착수하는 등 통합법인 출범 이후의 사업 재편 전략을 다듬고 있다. 통신사들이 이처럼 자기 변신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음성통화 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기술 발전에 따른 융ㆍ복합화 추세를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ㆍ무선 시장의 가입자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와 요금인하에 대한 압력,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비 부담 등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이대로 가다간 기업의 존속성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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