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구의 실질소득이 역대 최악의 감소율을 보이며 1년째 줄어들었지만 소비는 5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벌이는 시원치 않은데 씀씀이는 늘어 가계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쪼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13일 내놓은 '2009년 3∙4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물가상승을 감안한 지난 3ㆍ4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305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줄었다.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1년째 감소하고 있는 것. 명목소득도 345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다. 이번 실질 및 명목소득 감소율은 가계수지 동향을 파악하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악의 수치다. 이는 경제위기 여파로 고용이 부진하고 임금이 오르지 않은데다 지난해 9월에 있던 추석이 올해는 4ㆍ4분기에 들어가면서 상여금과 추석 용돈 등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실질소비지출은 195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지난해 3ㆍ4분기부터 올해 2ㆍ4분기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5분기 만에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다. 명목소비지출도 219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나 2분기째 증가했다. 경기회복 흐름이 나타나면서 소비심리가 다소 호전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비소비지출은 62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소득세율 인하에 따라 소득세∙재산세 등 경상조세가 9.7% 줄었고 가족ㆍ친척 간의 경제적 지원을 의미하는 가구 간 이전지출(교육비와 생활비 송금)이 20.1% 급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자비용(17.8% 증가)과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부담(7.4%)은 늘었다. 소득은 줄고 지출이 증가하면서 가구당 흑자액은 63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2.4% 낮아졌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나타내는 가계수지 흑자율도 22.5%로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 하락해 2분기째 줄었다. 이로 인해 처분가능소득에 대한 소비지출 비율인 평균 소비성향은 77.5%로 지난해 1ㆍ4분기(78.6%) 이후 가장 높았다. 벌어들이는 소득이 적어지다 보니 소비성향이 커진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득이 감소한 것은 민간 부문의 고용부진과 임금상승률 하락, 명절 이동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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