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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현 정권→정치권 전반으로… 넓어지는 수사전선

■ 성완종 게이트

"前 정권 노린 칼끝이 결국 불법정치자금 수사로 번져"<br>포스코·경남기업·동국제강 비자금 목적지 어딘지 촉각<br>盧정부 사면도 조사 시사… 증거확보 쉽잖아 난항 예상

''成 측근 소환하고…''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준호 전 상무가 21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권욱기자

''추가 압수수색'' 검찰이 21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경남기업 본사를 3차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두 번째 압수수색을 한 뒤 압수물이 든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는 시작할 때와 끝날 때가 같을 경우보다 다른 경우가 더 많지 않습니까."

지난달 말 자원외교 비리와 중앙대 특혜 의혹 등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고위관계자가 수사상황을 묻는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수사 진행의 불확실성을 강조한 이 말은 역설적으로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가 정치자금 수사로 확대되면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압수수색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가 본격 착수한 지 한 달여 만에 정치자금 수사로 퍼져나가고 있다.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자원외교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이른바 8인의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숨지면서 검찰수사의 불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등 친박근혜계 실세들의 개인 비리로 옮겨붙었다. 이후 성 전 회장이 생전에 여야를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펼쳤다는 점과 새누리당 등 각계에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이제 정치권 전반의 정치자금 비리를 들추기 시작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다음날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일주일여 만에 경남기업 압수수색에 나서 자원외교 수사에 돌입했으며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중앙대 특혜 의혹 비리 수사에도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권과 재계 등은 전 정권 실세를 노린 수사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분위기가 급변, 친박 실세가 수사 대상이 되면서 법조계 밖에서는 "전 정권을 노린 칼끝이 현 정권을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검찰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김진태 검찰총장은 3월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는 대국민담화를 본 뒤 기획수사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로 "어떻게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부터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사명이자 존립근거"라는 차원에서 진행한 수사인 만큼 수사 방향이 정치자금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사 확대를 시사하면서 대외적인 모양새는 자원외교 수사,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 정치자금 전반으로 수사 전선이 넓어지는 양상을 띠게 됐다. 황 장관은 특히 "특정인(성 전 회장)이 특정인(8명)을 찍어서 기재한 것만 갖고 검찰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특별수사팀이 경남기업의 최근 10년치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2006년 9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해졌다는 10만달러의 자금뿐 아니라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갔다고 전해진 7억원도 추적 대상이라는 뜻이다. 황 장관은 여기에 2007년 말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마지막 특별사면도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라며 수사를 시사했다.

다만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황 장관 역시 현안보고 자리에서 "오래전 일이고 메모 작성자는 돌아가셨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소환하는 등 증거분석 단계는 넘어선 만큼 이미 분석한 자료와 증언, 새로운 정황 등의 얼개가 드러나면 수사 속도가 급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 확대 움직임으로 서울중앙지법 특수부에서 진행하는 기존의 기업 수사도 정치자금 수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건설·경남기업·동국제강은 모두 '비자금'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검찰은 이 비자금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기존 기업 수사가 물길을 따라가다 보면 정치자금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소환할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해외 중간재 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은 빼돌린 회사 돈으로 고액의 도박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도 100억원의 비자금 중 박모 상무가 횡령한 40억원 외에 나머지 자금이 국내에 들어온 정황이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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