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터넷 기업들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제한하기 위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민번호 수집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내놓은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도 주민번호 없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포털을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가 가입자의 주민번호를 얻기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마련, 행정안전부와 방통위 등 관계부처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마련한 개정안에는 전자상거래를 했을 때 거래기록을 보관해야 하는 대상(6조2항)에서 주민번호를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또는 전화, 홈쇼핑 채널을 통해 전자상거래를 할 때 주민번호를 기재하지 않더라도 신용카드 등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터넷 업체들이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를 아예 없애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행 법에서는 사업자가 전자상거래 등을 했을 때 거래기록 보존을 위해 주민번호, 성명, 주소 등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털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의 사업자들은 바로 이 규정을 근거로 ‘주민번호 수집 제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따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며 버텨온 게 사실이다. 실제로 회원가입을 할 때 주민번호 외에 다른 대체수단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곳은 네이버와 다음 등 일부 대형 포털 뿐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할 경우 이러한 인터넷 기업들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통위 역시 주민번호 수집을 막기 위해 인터넷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전자상거래업체를 선정, 실제 거래행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미세 분석하기로 했다. 과연 인터넷상 거래가 일어났을 경우 반드시 주민번호가 필요한 지를 알아보겠다는 얘기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약 한달 정도 실제 거래행위를 A부터 Z까지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말 거래를 할 때 주민번호가 있어야만 하는 지 알 수 있고 제한의 근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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