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보쌈집에 들어오는 고객들은 대부분 힘겨운 노동자들이었다. 김 사장 은 그들에게 시원한 소주 한 잔씩을 정성껏 드렸던 기억을 말한다. 그들에 게 소주 한잔이란 생각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정을 바탕으로 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교육으로 매뉴얼화 된 서비스로 는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노력 결과, 89년 이후 고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가맹사업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김 사장은 부대찌개, 시골상차림, 순대국밥 등 새로운 한식 아이템들 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외식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기까지 어찌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김 사장은 “한때 직원들 월급날짜와 돌아오는 월세날이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 놓는다. 눈앞에 이익에 급급해 어떻게든 수익을 늘졺막졀?정량의 음식을 팔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로 고객을 대하는 가맹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한 개 가맹점의 잘못된 이미지가 ‘놀부’ 전체로 파급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그때 김 사장이 내 새운 무기는 상대방에 대한‘신뢰’였다. “가맹점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독립사업체이지만 결국은 한솥밥을 먹는 '놀부'의 식구 아닙니까. 먼저 가맹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서로를 신뢰해야만 해답이 생기니까요. 또 욕??버리는 것이 전제였습니다. 내 밥그릇만 보면 남의 밥그릇은 보이지 않기 마 련이지요. 본사의 이익만 생각하면 가맹점의 이익은 눈에 안 보인다는 얘기죠.” 김 사장이 이같이 가맹점 입장에서 생각하고, 가맹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새벽까지 주방에서 무채를 썰고, 배추를 다듬었던 철저한 현장경험자였기 때문이다. 주방에서부터 서비스까지 식당에 관한 일이라면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다 알고 있다. 그런 만큼 김 사장은 가맹점 별 맞춤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가맹점 개수에 연연해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지 17년이 지난 현재 가맹점 개수는 360여개. 한해 동안 몇 십개 , 몇 백개의 가맹점을 만들어내는 현재 프랜차이즈 업계의 판도와는 다른모습이다. 놀부의 경우,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지만 위험부담이 있는 아이템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일은 절대 없다. 한 아이템이 자리를 잡기까지의 시행착오 과정은 본사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진 직영점들은 현재 가맹점 수십개를 개설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익력을 가진다. “새로운 가맹점 개설보다는 현재 개설돼 있는 가맹점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5일 순천향대학교로부터 명예박 사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40살 넘은 나이에 중학교 검정고시부터 시작해 이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김 사장의 학구열은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현장을 경험한 이론가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 사장은 “놀부 라는 기업을 토대로 우리 음식과 문화를 조합해 전통의 맛과 향기를 담은한국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최종의 목표”라고 말했다. /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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