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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11월 25일] 자업자득과 결자해지
입력2008-11-24 18:02:17
수정
2008.11.24 18:02:17
최근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주단 가입을 둘러싼 정부와 건설업체 간의 줄다리기가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도와주겠다는 정부는 대주단 가입을 사정하는 듯하고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건설업체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착각인지 모르지만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최근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상황에서 답답한 것은 건설업체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대주단에 가입한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의 어려운 형편이 한순간에 확 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나마 건설업체로서는 한숨 돌릴 구석이 생긴다는 점에서 가입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건설업체들은 미적거리며 대주단 가입을 미루고 있다.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 자초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대주단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괜히 가입했다가 대외신인도 하락 및 해외수주율 저하로 대주단 가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이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져 회사가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이 정도의 핑곗거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봐야 할 텐데 밖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것과는 달리 아직 여유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속사정이 있어서인지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저렇게 버티는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대주단에 가입하는 순간 치마 속까지 다 까뒤집어야 하는 건설업체로서는 나중에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커 주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주단에 가입하지 않고도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있거나 아니면 구린 데가 너무 많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정부도 어정쩡하기는 마찬가지다. 살려주겠다면 어떻게 살려주겠다는 건지 믿고 들어올 수 있도록 명확한 카드를 내보여야 할 텐데 무조건 불이익은 없다는 식으로는 부족하다.
대주단 가입 말고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건설업체들의 위기극복 노력이다. 주택도 하나의 상품이다. 물론 일반 소비재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지금의 건설업체가 겪는 위기는 건설경기 하락에 따른 아파트미분양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공식집계로만 15만가구가 넘어섰고 건설업체들이 숨기고 신고하지 않은 미분양 물량까지 합치면 25만가구, 나아가 30만가구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액으로 따지면 평균 2억원씩만 잡아도 60조에 달하는 돈이 묶여 있는 셈이다. 재고도 엄청난 재고가 아닐 수 없다.일반적으로 재고가 쌓이면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재고를 털기 위해 갖가지 마케팅을 동원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건설업체들은 무슨 똥배짱인지 기껏 사람을 줄이거나 일부 사업장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조정에 나설 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재고를 털어내려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극히 일부 업체는 최근 분양가를 소폭 내림으로써 그동안 쌓였던 미분양 물량을 어느 정도 털어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지방 미분양 급증에 따른 건설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는 건설업체가 스스로 자초한 면이 강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방으로 내려가 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하지만 그것만으로 미분양 사태를 변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 보여야
기본적인 시장조사도 하지 않고 분위기에 편승해 무작정 지어놓고 팔리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결정이었다.
건설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엄청난 미분양 물량은 결국 각 건설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종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린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건설업체 CEO들을 아직 보지 못했다.
경영에 실패해 회사의 존폐가 달릴 정도의 위기상황을 초래했음에도 자기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남의 탓만 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나 몰라라 버티면서 정부나 소비자들에게만 이번 위기극복을 위한 지원과 희생을 기대해서는 불공평하다. 절대로 손해볼 수 없다는 자세로는 곤란하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뼈를 깎는 노력만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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