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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인지… 창투사 인지…"
입력2000-08-20 00:00:00
수정
2000.08.20 00:00:00
한동수 기자
"벤처기업 인지… 창투사 인지…"코스닥 기업 현금보유액 과다
냄비같은 코스닥시장과 비전 없는 일부 선발 벤처사업가들이 오히려 벤처산업 육성의 장애가 되고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지난해 코스닥시장의 급성장에 현혹된 「묻지마 투자자」들로부터 수많은 자금을 끌어들였으면서도 막상 돈이 들어온 뒤에는 쓸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이로 인해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신생 벤처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코스닥 등록법인들이 거액의 현금을 깔고 앉아 있음이 최근 발표된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입증됐다. 또 일부는 다른 기업들의 주식을 사들여 벤처기업인지, 창투사인지 구분이 안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자금화돼야 할 돈들이 사실상 사장(死藏)되거나 전용(轉用)되고 있으니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선 숨통이 터질 지경이다.
김관수(金寬洙) 신흥증권 벤처투자팀장은 『현재 돈이 없어 기술이 있어도 제품화에 성공하지 못하는 업체가 수백개에 달하고 있다』며 『코스닥으로만 집중된 자금때문에 벤처업계의 자금 동맥경화가 지속될 경우 코스닥시장은 벤처육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냄비같은 코스닥시장과 장기비전 없는 벤처기업주들이 빚어낸 어설픈 합작품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이 급성장하자 투자자들은 환상에 빠져 주식사기에 바빴다. 이를 틈타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증자에 열을 올렸고 코스닥시장 진입에 성공한 기업들은 공모가를 마구 부풀렸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의 일부는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에 사용된 경우도 있지만 기업설립의 본래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내 코스닥기업들은 올 상반기중 유상증자와 사채발행 등을 통해 시중에서 끌어모은 자금 가운데 30% 이상을 타법인 출자에 사용했다. 또 올들어 창업투자회사에 지분을 출자한 코스닥기업이 27개에 달하고 금액도 900억원이 넘는다. 이는 코스닥에 등록한 후 자금이 들어오면 새로운 기술개발보다는 지주회사(홀딩컴퍼니)로의 변신을 꾀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예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기업들의 돈이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만 놓고 봐도 4조원을 넘는 것은 이들이 사업확장이나 다각화에 대한 비전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른바 벤처위기론 또는 닷컴위기론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증권업계에서는『코스닥에서 조달한 자금은 소액주주들이 성장성을 믿고 투자한 것이지만 연구개발 및 설비 등에 재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자금의 유동성이 마비되고 있다』며 『연초대비 코스닥 지수가 지난 18일 현재 56.8% 하락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말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주 발행기업의 공모자금 용도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된다는 것이다. 또 코스닥위원회에만 집중된 코스닥 감독기능을 유가증권발행신고서 접수기관인 금융감독원이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공모자금 용도와 다르게 사용한 기업에 대해선 일정기간 동안 증자 등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모를 위한 유가증권 발행신고서 제출시 공모자금 집행시기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동수기자BESTG@SED.CO.KR
입력시간 2000/08/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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