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중국어, 아랍어 등의 인터넷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을 도입할 것입니다. 이는 한국 인터넷 사용자들이라면 ‘.kr’이 아닌 ‘닷 케이알’을 쓸 수 있게 됨을 의미합니다.” 폴 투메이(사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사장은 17일 OECD 장관회의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장보고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중 열리는 파리 회의를 통해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 내년 1분기에 해당 국가로부터 접수를 받을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투메이 사장은 “내년 6월말이 되면 모든 나라가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다국어 최상위 도메인 도입은 인터넷 환경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이어 “유저들이 영어가 아닌 자국어로 인터넷 환경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해지는 것은 분산화된 단일 네트워크 형성을 가능케 하는 20년 인터넷사의 획기적인 변화”라며 “이는 시스템 균열을 막으면서 애플리캐에션, 레이어 등을 뒤흔들어야 가능한 일이며,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메이 사장은 “이를 위해 ICANN은 현재 20여개 정부와 논의를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4에서 IPv6로의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42억개 상당의 인터넷 주소를 생성할 수 있는 IPv4는 오는 2012년이 되면 고갈된다”며 “무한대에 가까운 인터넷 주소를 만들 수 있는 IPv6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공적인 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하고 IPv4와 IPv6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I 현재 ICANN에서 주도하는 업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터넷 네트워크는 전세계 13억명이 함께 사용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라는 패러다임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전화망과 달리 인터넷 네트워크는 중앙이 아닌 에지(변두리)에 사용자가 몰릴 수도 있다”며 “이를 통해 인터넷 환경의 혁신은 에지에서도 주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히 부인했다. 그는 “초기 인터넷이 미국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나온 만큼 과거 미국 정부가 의사결정과정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127개 정부와 여러 국제 단체들이 ICANN에 참여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ICANN에 결코 명령할 수 없으며 다른 어떤 단체도 지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투메이 사장은 “오히려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가 ICANN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현재 ICANN의 사장은 호주인, 의장은 뉴질랜드인이며 최근까지 이사회에 한국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ICANN는 인터넷 상에서 도메인 이름과 IP 주소 등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 1998년 창설된 비영리 국제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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