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고객정보공유 못해 시너지도 늦춰져 기업은행이 지주회사 전환을 내년 말로 연기한 가장 큰 이유는 ‘여론’때문이다. 최근 신한금융지주의 회장, 사장, 은행장 등이 ‘막장 드라마’를 선보임에 따라 현행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지주사 전환의 전제는 법 개정이지만 국회에 이를 요구하기도 만만치 않은데다, 상정된다 해도 통과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의 임기만료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올 연말로 임기가 끝나는 윤 행장이 재임기간 중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옮기려고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 “자리에 연연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운 차기 행장이 지주회사 전환을 본격 추진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며 “추진 시점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무리하게는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주회사 전환 시기가 늦춰지면서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도 미뤄지게 됐다. 금융계열사들이 시너지를 내려면 고객정보 공유는 필수지만 현행법상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면 계열사간 고객정보 공유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인 IBK캐피탈(99.64%), IBK투자증권(79.60%), IBK자산운용(100%), IBK시스템(65.50%), IBK신용정보(100%), IBK연금보험(100%) 등은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채 각개격파를 해야 하는 셈이다. 윤 행장 등 기업은행 경영진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주회사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수 차례 “IBK연금보험 출범 이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혀온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출범이 미뤄지면 그만큼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간도 늦춰진다”며 “외부여론 때문에 계열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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