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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유통사업을 이끌어 온 론 존슨 부사장이 오는 11월부터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J.C.페니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에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J.C. 페니 주가는 17.5% 급등했다. 존슨 부사장은 지난 2000년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게 발탁된 이래 지난 11년 동안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 스토어’를 전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소매 점포이자 애플 성공 신화의 주 무대로 키워 온 인물. 그의 영입으로 쇠락해 가는 J.C.페니가 애플 스토어의 성공신화를 보여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이날 J.C.페니 주가는 2008년 이래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존슨 부사장의 스카우트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움직일 만큼 애플 스토어는 일찍부터 성공적인 마케팅기법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선 애플의 성공 뒤에는 재래식(brick-and-mortar) 소매 점포망의 치밀한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한 분기에 전세계 326개의 애플 스토어를 찾는 고객 수는 지난해 월트디즈니의 4대 테마파크 전체 방문객 수인 6,000만명을 웃돈다. 투자은행 니드햄앤코의 분석에 따르면 애플 스토어 매장의 평방피트당 연간 매출액은 온라인 매출을 포함해 5,914달러, 온라인을 제외해도 4,406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적이 보석회사인 티파니의 온라인 매출 포함액인 3,070달러나 패션잡화 브랜드 코치(1,776달러),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880달러)의 매장 단위면적당 매출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다른 소매 점포들이 매출 부진으로 허덕일 때도 애플 스토어는 ‘나홀로’승승장구를 이어 왔다. 지난 2009년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소매 매출이 2.4%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을 때 애플의 소매 매출은 7%나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매출을 제외한 소매 매출이 전년대비 70% 증가한 117억달러를 기록해 소매업계 전체의 매출 증가율인 4.5%에 비해 15배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WSJ은 소매시장에서 애플의 이 같은 성공에는 직영 매장인 애플 스토어의 직원 훈련과 고객 대응, 현장의 기술 지원, 매장에 흐르는 음악에 이르는 세세한 매장운영 전략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매장 내 직원 관리는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WSJ에 따르면 애플 스토어의 직원들은 제품에 대한 어떤 소문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회사에 대한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적발된 직원은 곧바로 해고된다. 6개월 동안 근무시간에 6분 이상 지각하는 횟수가 3번을 넘어도 해고다. 남달리 엄격한 직원 관리 못지 않게 고객응대 면에서도 남다르다. WSJ은 애플 스토어의 판매 철학이 ‘(제품을) 팔기 보다는 고객들의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고객 서비스나 매장 디자인 등 다양한 면에서 애플은 선구자격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소매업체들이 서비스 수준과 매장 디자인을 제고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애플 스토어만큼 모든 세세한 부분을 철저하게 관리되는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아이패드 성공과 함께 급팽창한 애플의 소매점포 운영이 앞으로도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애플 스토어가 다른 전자제품 유통업체보다 우위를 보인 것은 자사 제품만을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이나 매장 수가 훨씬 적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회사가 급팽창하면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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