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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원들이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게다가 제품을 팔고 나면 끝이라는 생각도 팽배해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리점) 경영의 영세성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캐슬호텔 연회장. 이곳에선 전국 300여개 삼성전자 소매 대리점인 ‘디지털프라자’ 가운데 22곳 대리점주의 2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이제 막 고객확보 전략을 발표한 박철진(평택 안중점ㆍ25)씨는 “지난 3월부터 시작해 경영일반, 디지털 마케팅, 영업실무, 인사노무, 현장실습, 해외연수 등의 과정을 거쳤습니다”며 “오늘은 지난 5개월간 이어진 강도 높은 교육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대리점 관리에 쏟는 정성은 대단하다. 본사의 1급 기밀에 해당하는 2,000만건 규모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모든 대리점에 제한없이 열어놓고 있으며, 물류 창고를 본사가 직접 관리해 대리점 경영의 가장 큰 부담인 재고부담을 사실상 없앴다. 대리점의 영속적인 성장을 위해 대리점주 2세들을 대상으로 펼친 6개월간의 강도높은 교육프로그램은 또 다른 차원의 정성. 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김정현(창원 창동점ㆍ28)씨는 “옆에서 지켜보던 대리점 경영도 결코 주먹구구 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교훈”이라며 “부모 세대의 노하우와 신세대의 아이디어, 여기에 전문 경영지식을 결합시키면 대리점 경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대구 송현점의 정춘식 사장은 “자식이 교육을 받고 나서 책임감이 더 커지고 점장의 역할을 느끼며 변한 것을 실감했다”며 만족해 했다. 이정식 삼성전자 상무는 “전자유통 관행이 많이 개선되면서 대리점이 ‘구멍가게’에서 ‘대물림하고 싶은 견실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대리점주의 2세, 3세들에게 전문경영지식을 전수하기 위해 이런 기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산학연계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한 서울대 경영연구소의 임종원 교수는 “경쟁이 정말 치열한 전자제품 소매유통 분야에서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연수생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2기, 3기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가전유통 문화를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창덕 삼성전자 부사장(국내영업사업부장)은 “디지털프라자가 일본의 시니세(老鋪)처럼 3대, 4대를 이어가는 하나의 기업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와 소매점의 윈-윈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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