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악법(?)에서 MB 개혁법으로.’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가 핫이슈로 부상하면서 공공기관 운영을 총괄하는 법률인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이하 공운법)’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연봉 삭감, 민영화 플랜, 임원 심사 강화 등 일련의 MB 정부의 공기업 개혁작업은 모두 공운법에 의지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운법이 만들어진 참여정부 하반기 때만 해도 이 법은 대표적인 악법으로 지목됐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뿐 아니라 법 제정을 주도한 옛 기획예산처를 제외한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 등 모든 부처가 반대했을 정도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공기업 개혁ㆍ민영화의 상징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런 악법이 어디에 있습니까”=한 공기업 CEO는 공운법에 대해 “이런 악법이 어디에 있느냐. 과거에도 이런 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기업들의 자율성을 너무 줄여놓았다는 것이다. 공운법은 지난 2006년에 입법예고됐고 2007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초기부터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획처가 각 부처 산하의 공기업에 대해 인사ㆍ감독ㆍ심사 등 강력한 통제수단을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획처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부터 기획처가 사실상 공기업 지주회사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특히 공운법은 최고 심의ㆍ의결기관인 운영위원회 위원 20인 중 과반수를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참여정부가 공기업을 통제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청와대 통솔 아래 공기업을 두면서 민영화를 지연시킨다는 비판도 받았다. ◇공기업 개혁법으로 변신=이명박 정부 들어 기획처와 재경부가 기획재정부로 통합됐고 총선 이후 공기업 개혁ㆍ민영화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공운법이 공공기관 개혁 상징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추진될 ▦공기업 CEO 일괄 재신임 ▦CEO 연봉 삭감 ▦재정부 주관하의 일괄 민영화 플랜 마련 ▦임원 등 공기업 감사 강화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공운법이기 때문이다. 공운법하에서는 재정부가 공기업 관리ㆍ감독권한을 쥐고 있어 새 정부 시책에 맞춰 부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고 있다. 한 예로 공운법은 공공기관 통폐합 및 민영화 계획 수립을 재정부 장관이 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운법이 없었다면 각 부처마다 민영화 플랜을 만들고 개혁방안을 추진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일괄 사표를 받는 등 신속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운법은 공기업 감사의 경우 재정부 장관 임명 혹은 제청, 대통령 임명 등 절차를 밟도록 돼 있어 대선과 총선 승리에 기여한 여권 인사들을 배려하는 데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재정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나 산하 공기업들은 지금도 공운법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공기업 개혁의 효율적 수단으로 부상한 만큼 이래저래 (공운법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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