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소유, 토지이용, 금융산업 진입 등 그동안 대기업을 가로막았던 3대 규제가 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풀린다.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그대로 반영하듯 10일 기획재정부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경제운용방안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의 족쇄는 풀어주고 감세의 날개를 달아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기업의 몸집 불리기를 억제했던 출총제나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 등의 규제는 상반기 중에 당장 폐지되고 농지와 산지 개발에 대한 잠금장치도 한결 느슨해졌다. 대기업의 금융시장 진입도 단계적으로 완화되는 등 기업하기에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준다고 판단된 규제의 빗장은 새 정부에서 대부분 풀리게 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대대적 규제 철폐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유발과 식량안보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농지 포기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총제 없애고 법인세 낮추고=재정부는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그동안 재벌기업 활동을 가로막았던 각종 규제와 세부담을 거둬내기로 했다. 가장 시급하게 손을 보는 것은 출총제와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철폐다. 우선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운영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올 상반기에 철폐된다.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내 자산 2조원 이상인 회사가 순자산 40%를 초과해 다른 국내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출총제 폐지로 현행 적용대상인 25개사뿐 아니라 대기업의 전반적 투자활동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에 대한 ‘부채비율 200% 이내’ ‘비계열사 주식 5% 초과 취득 금지’ 규제도 상반기 내에 철폐된다. 개별 회사별 사업성과 상환 가능성을 무시한 일률적 부채비율 적용과 지배목적이 아닌 전략적 투자ㆍ제휴를 제약하는 규제는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지배력 확장은 자회사에 대한 최소지분율 규정과 자회사 외 계열사 주식소유 금지 등 기존 규제로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오는 9월부터 의원입법으로 신설되는 규제에 대해 자체 심사체계를 마련하는 등 선진국의 규제체계를 적극 벤치마킹하고 규제 방식을 ‘원칙 허용, 예외적 금지’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세제를 전면 개편하고 지속적인 감세에 나선다. 우선은 법인세율을 오는 2013년까지 현행 13%, 25%를 각각 10%, 20%로 인하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은 현행 10%에서 8%로 낮출 수 있도록 6월 국회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6월 국회 통과가 성사될 경우 8월부터 연내에만도 1조8,000억원의 세율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재정부는 밝혔다. ◇농지보전보다는 개발이 우선=수도권 낙후지역 개발과 농지ㆍ산지전용을 위한 제도도 정비된다. 재정부는 농ㆍ산지 등 토지 관련 규제를 완화해 산업용지나 택지 등 개발가능 용지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실상 농사를 짓기 어려운 ‘한계농지’는 각종 소유 및 거래 제한을 완화하고 다른 용도로의 전환 절차도 현행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다. 농지은행에 맡기는 조건하에 현행 3㏊까지로 제한한 비농업인에 대한 상속농지 소유 한도도 완전히 없어진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택지나 공장부지로 활용할 때 같은 면적의 농지를 마련하도록 하는 ‘대체농지 지정 의무제’도 폐지되고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택지나 산업단지를 조성할 경우에는 농수산식품부 장관의 승인 없이 시도지사 재량으로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할 수도 있게 됐다. 농업진흥지역에 설치 가능한 농수산물가공처리시설 면적 상한도 3,000㎡에서 1만㎡로 확대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산지관리법상 전용이 불가능한 ‘보전산지’에 대해서도 개발대상지 주변에 위치할 경우 이용제한을 완화하는 등 탄력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농지와 산지전용 절차도 간소화해 계획관리지역 농지 및 산지전용 허가권한은 지자체에 위임하고 농업인이 출자한 골프장ㆍ승마장 등 관광ㆍ레저 사업에 대한 농지보전부담금은 감면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와 상대적 낙후지역의 발전을 위해 이달 안에 제도개선 로드맵을 마련, 내년까지 정비발전지구제를 도입하고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와 대체입법을 추진한다. ◇금융산업 진입 빗장도 느슨해진다=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이 돼온 금산분리는 ‘기업의 사금고화가 되지 않는’ 전제하에 단계적인 완화가 추진된다. 재정부는 사모전문투자회사(PEF), 연기금의 은행지분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따라 개별적인 심사ㆍ감독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으로 밝혔다. 금융회사 진입 절차와 처리기간도 단축되고 금융권역별로 특화된 금융회사에 대한 신규 진입 인ㆍ허가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정부는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전면 허용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 최소자본금 요건 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위험ㆍ고수익 금융투자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헤지펀드 도입은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정부는 1단계로 내년 말까지 ‘적격투자자 헤지펀드’를 허용한 뒤 2단계로 일반투자자 헤지펀드와 공모형 재간접 헤지펀드까지 허용할 예정이다. 이후 자본시장통합법 추가 개정을 통해 PEF와 헤지펀드를 통합ㆍ일원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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