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음에도 휴대폰ㆍLCD TV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저력.” 삼성전자가 실적 대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휴대폰과 LCD TV 등의 선전이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계절적 비수기 및 경기침체로 시장이 역성장했지만 고가제품 확대, 신제품 적기 출시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DMC(세트) 부문이 연결기준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반해 반도체와 LCD 등 DS(부품) 부문은 전분기와 비슷한 규모인 9,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하지만 최악이었던 업황과 경쟁사 사정을 감안하면 역시 선전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은 “경기회복 및 수요회복을 낙관적으로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2ㆍ4분기에는 메모리ㆍLCD 업체들의 가동률이 증가하고 세트 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심화돼 난타전 양상을 띨 수 있다고 전망했다. ◇휴대폰ㆍTV가 ‘반전’ 견인=삼성전자는 지난 1ㆍ4분기 휴대폰 부문에서만 전분기(1,7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1조1,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유지하고 비용은 절감해 수익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ㆍ4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4,6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세계 5대 휴대폰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감소율로 18%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매출 또한 5% 줄어든 9조7,700억원으로 선방했다. 더구나 11.7%의 영업이익률은 노키아보다 앞선 세계 1위 수치다. 삼성전자는 “계절적 비수기 및 경기침체로 시장이 역성장했지만 북미와 중국에서 호조를 보인데다 비용절감 및 고가제품 판매 확대로 분기 이익률이 크게 증가했다”며 “신제품 출시 확대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간판 제품인 TV를 다루는 디지털미디어사업부도 LCD TV 등을 앞세워 전분기(1,100억원)보다 확대된 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이 전분기 대비 20% 줄어든 10조700억원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2ㆍ4분기에도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차세대 주력제품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TV 시장을 장악해갈 방침이다. 이 밖에 휴대폰과 TV의 선전에는 삼성전자의 촘촘한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활용한 ‘현미경 판매전략’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 팀장은 “경쟁사들과 달리 지난해 4ㆍ4분기부터 세트 재고를 축소하고 올 1ㆍ4분기 신규 모델을 많이 내놓은 게 영업이익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ㆍLCD “바닥 가깝다”=이와 대조적으로 반도체와 LCD 분야는 각각 6,700억원과 3,100억원의 적자를 기록, DS 부문은 전분기(9,200억원)와 비슷한 규모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우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시장이 10% 이상 축소됐지만 삼성전자의 매출은 5% 줄어든 5조2,200억원을 기록했으며 대형 LCD 시장도 10% 이상 축소됐지만 삼성전자의 대형 패널 판매량은 거꾸로 10% 이상 증가하는 등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팀장은 “메모리반도체는 공급 초과로 정상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과 경쟁사들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절대적 격차가 난다”며 “삼성전자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 분야는 메모리반도체이며 두 번째는 LCD 분야다. 그 다음이 TV와 휴대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ㆍLCD 업황이 바닥을 쳤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바닥이 굉장히 가까이 온 것 같다는 데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LCD 가격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2ㆍ4분기부터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1ㆍ4분기 출하량 급감 효과로 2ㆍ4분기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가경쟁력 격차 확대와 차세대ㆍ고용량 제품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가 핵심 산업인 TV 부문에 집중하고 있고 각국 세트 업체들의 주문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2ㆍ4분기에는 LCD 거래선 기반 강화와 기술 차별화를 병행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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