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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투 매각협상 결렬] 협상 왜 결렬됐나
입력2002-01-18 00:00:00
수정
2002.01.18 00:00:00
AIG 무리한 요구에 정부 "헐값매각 않겠다"정부와 미국 AIG컨소시엄간 현대투신 매각협상 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계 일부 투자자가 AIG컨소시엄을 탈퇴했기 때문이다. 또 AIG측의 무리한 요구가 거듭됐다는 점도 결렬의 배경으로 깔려 있다.
정부의 협상력 부재도 결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협상시한을 대외에 못박아 입지를 스스로 좁히거나 협상책임자를 중간에 바꾸는 자충수를 뒀다. 국제협상의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한 채 협상에 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외신인도 하락, 개혁의지 후퇴'라는 위험부담을 안고서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국내 금융여건이 호전됐으며 '더 이상 헐값 매각에 매달릴 필요도 없어졌다'는 자신감이 스며 있다.
현대투신 문제가 원점으로 되돌아 왔지만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원칙대로 자신있게 대응
◇ 거듭된 AIG의 무리한 요구
AIG는 협상과정에서 이해못할 행태를 보여 왔다. AIG의 무리한 요구는 협상일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AIG는 MOU체결 단 하룻만에 말을 뒤집었다.
현투로부터 협상 바통을 이어받은 금감위가 AIG와 MOU를 체결한 것은 8월 23일. AIG는 하지만 하루뒤인 8월 24일 8,940원에 인수키로 했던 현대증권 주식인수가격을 7,000원으로 깍아주지 않으면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고하면서 말을 뒤집었다. AIG는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AIG는 현대증권 주가가 들먹거리자 다시 딴죽을 걸었다. 현대증권 주가가 지난해 MOU를 체결했던 8월 23일 9,000원를 기점으로 급락하자 이를 빌미로 5개 사항을 추가요구하면서 협상을 원점으로 돌려버렸다. AIG의 새로운 요구는 협상중단을 낳았다.
◇ AIG컨소시엄 구조적 문제
AIG가 현대그룹 금융3사에 군침을 흘리고 다시 달려들기 시작한 것은 현대증권 주가가 지난해 9월말 들어 상승장세를 타고 고공행진을 벌이면서부터.
현대증권 주가가 1만원선을 넘어서자 AIG는 일부조건을 철회하겠다며 다시 협상테이블에 나타났다. 이 같은 AIG의 행태는 AIG컨소시엄이 컨소시엄업체 구성도 최종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하면서 협상결과를 토대로 펀딩한다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AIG가 현대그룹 금융 3사 인수를 최종 포기한 까닭은 9.11테러 후 보험금 지급에 따른 타격으로 여유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AIG도 국제적 신뢰도에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미 100억원 이상의 실사 및 협상 비용이 투입된 데다 2년여간 끌어온 국제협상에서 무리한 요구만 일삼다 결국 실패함에 따라 명성에 금이 생겼다.
◇ 정부 실수는 없었나
협상을 맡아온 금융감독위원회가 AIG의 무리한 요구속에서도 중심을 갖고 협상을 진행시켜온 공로는 인정해야 될 부분이다.
금감위는 금융시장 뇌관 하나를 제거해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희석시킨다는 전제에 따라 그간 뚝심과 인내심으로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18일 매각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면서 "협상 참여자들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누가 협상에 참여하겠느냐"고 협상참여자들을 치켜세운 것도 이런 점이 감안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반복을 피하기 위해서도 그간 협상과정의 실수를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각협상은 국가적 사안이라고 했던 정부가 협상책임자를 중간에 교체한 것이나, MOU체결 장면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점, 수시로 협상시한을 공개한 것 등은 M&A전문가들에게는 '넌센스'로 비춰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협상파트너로 나서기보다는 민간 협상 전문가에 맡겨 실효성을 높이는게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요구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정승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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