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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에 렌트비·수리비 과다 지급… 자동차 보험료 체계 조속히 고쳐야"

외제차 차보험 개선 정책 토론회

렌트비 국산차 비해 3.6배 높아


국산차 운전자인 A씨는 벤츠 S500(2001년식)을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오래된 수입차는 차량가액이 880만원에 불과했지만 수리비 275만원, 수리기간 8일간 렌트비 1,056만원 등 총 1,330만여원이 청구됐다. 같은 차종으로 렌트를 해줘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하루 평균 렌트비가 120만원에 달했다.

사고시 수입차에 대한 과도한 수리비와 렌트비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자동차보험 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비싼 수입차 수리비와 렌트비를 자동차보험료를 통해 저가의 국산차량 운전자들이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회적 비용 낭비와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라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박병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주최로 '외제차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관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기승도 보험연구원 박사는 외제차 렌트비와 추정수리비지급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가 외제차 렌트비로 지급한 비용은 평균 137만원으로 국산차 39만원에 비해 3.6배 높다. 이는 렌트 요금이 비싼데다 수리기간이 국산차(4.9일)에 비해 8.8일로 길기 때문이다.

기 박사는 "'동종 차량'으로 렌트해줘야 한다는 약관 대신 '동종 또는 동급 차량'으로 대차를 해줄 수 있도록 자동차 보험 표준약관을 고쳐야 한다"며 "고가 외제차와 비슷한 배기량과 성능을 가진 국산차로 렌트할 수 있도록 해 보험금 누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피해차량과 동일한 성능을 가진 차량을 대차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만 지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국산 최고급차 한도 금액 내에서 대차 비용을 인정해주는 판례를 적용하고 있다. 외제차 보험료가 전체 자동차보험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3%에 불과하지만 외제차에 대한 렌트비와 부품비로 지급하는 보험금 비중은 각각 31.4%와 27.4%에 달한다.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추정수리비 제도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이 실제 수리를 하지 않아도 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보험약관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수입차 소유주들이 사고를 당해도 현금을 받고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차량운행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산차와 수입차 간의 부품비와 공임 등 수리비용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국토교통부와 정비 업계, 외제차 업계 등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은 경미한 사고에 대한 수리 기준 마련과 고가 차량에 대한 렌트비 기준을 정비하기 위해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정지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날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표준약관을 가급적 빨리 개선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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