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에서만도 야반도주한 한국인 사장이 103명에 이릅니다. 다들 제조업은 끝나고 유통으로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아우성을 칩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 상승 및 경쟁 격화, 현지 규제 강화 등으로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비밀리에 철수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등 ‘중국 엑소더스’ 현상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 24일 중국 쿤밍 방크호텔에서 개최한 ‘중국 한국상회 지역상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현지 기업인들은 “환경 규제나 비용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앞이 캄캄한 상황”이라며 한결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또 청산절차 간소화나 교육문제 지원 등 정부 및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최영철 칭다오한국상회 상임고문은“올해 노동법이 개정되고 세금납부 유예기간도 마무리되면 회사를 어떻게 끌어갈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특히 내년에 올림픽이 열리면서 환경규제나 비용 세금지출로 경영 압박이 극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최 고문은 “경영이 악화일로를 걷자 비밀리에 철수하는 기업인이 많다”며 “이는 한국 기업의 이미지 실추를 초래하는 등 악순환을 빚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난에 시달린 나머지 중국에서 철수하는 기업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윤은석 칭다오한국상회 부회장은 “얼마 전 1,300만달러를 대출 받은 기업인이 납품대금이나 임금도 주지 않고 야반도주했다”며 “때문에 부동산이 없는 기업은 거액의 보증금을 물어야 하고 중국 칭다오은행이 전체 한국 기업의 신용도를 한등급 낮췄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백이현 동관한국상회 부회장도“내년부터 문제가 불거지는 기업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경우 완구나 핸드백 등 모든 업종에 걸쳐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건비가 3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하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도 적지않은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현지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청산절차 간소화이다. 박재찬 옌타이한국상회 감사는“노동집약 업체들의 경우 비용 증가로 공장을 가동해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지만 회사를 청산하고 싶어도 소득세 환급, 대출 상환 등 요구조건이 까다로워 청산이 어렵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정현혁 광저우한국상공회 회장은 “국내 업체들도 이제 값싼 제품을 공급하기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제품 마무리 등을 꼼꼼히 하는 등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현지 대기업들이 납품가격을 강제로 떨어뜨리고 수시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횡포를 부리는 점도 현지 진출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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