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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명품점 매물 러시
입력2003-05-11 00:00:00
수정
2003.05.11 00:00:00
정승량 기자
국내 최고수준의 소비문화 1번지인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외환위기 한파에도 끄덕없던 이곳이 지금 불황의 그늘에 짙게 짓눌려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시작해 청담사거리 방향으로 약 300m에 걸쳐 루이뷔통ㆍ미쏘니ㆍ페라가모ㆍ아르마니ㆍ질샌더ㆍ루이까또즈ㆍ돌체&가바나 등 세계적 브랜드들이 입주해 있는 일명 명품거리. 분위기와 이미지를 먹고 산다는 명품의 특성 때문에 이 거리에서 할인은 주로 은밀하게 이뤄져왔다. 간혹 세일을 하더라도 고급 이미지를 훼손할까 봐 매장 밖에 이를 고지하는 일은 없고 단골과 내방객에게만 쉬쉬하며 조용히 싸게 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이곳의 전통. 하지만 `정리세일` `매장이전 세일` 등의 간판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세일 규모도 통상적인 20~30% 수준이 아니라 60~70%가 더 많다. “현금을 돌려야 되는 급박한 사정 때문에 세일 폭이 크다”고 한 입주업체의 사장은 나지막이 전했다. “이곳 점주들은 불황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조차 꺼리고 있어 종업원 입단속도 요즘 더 강화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방객수도 줄었지만 매출도 뚝 떨어졌다. “소품만 몇개 사간다”고 한 매장점원은 귀띔했다.
거리에 노출돼 있는 이곳 명품매장은 그래도 상황이 나았다. “대형 명품매장은 독자사옥인 경우가 많고 해외본사나 국내지사가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모매장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거리 안쪽에서 벌어지고 있다.
명품거리 뒷골목에는 고급 바(Bar)나 미용실 등이 밀집해 호화상권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상가에는 빈 공간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새로 지은 건물에서는 입주업체 찾기가 힘들다.
“상가 임대료, 직원월급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자 소규모업자들이 청담동을 떠나면서 임대로 나오는 사무실이 쏟아지고 있다”고 이곳 부동산중개업자는 말했다. 매물은 많지만 거래는 없다고 했다.
청담사거리에서 청담공원 방향에 밀집해 있는 웨딩샵거리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 “호화혼수시대는 간 것 같다. 손님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결혼식을 치르고 있다”고 한 대형업체의 사장은 토로했다. 하던 가게를 내놓고 업종전환을 시도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외환위기 때도 흥청거렸던 고급 소비거리 청담동의 불황은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기승을 부리고 북핵 문제가 부각된 후 더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밀집지역으로 외출을 꺼리고 전쟁위기설이 나오면서 부자들이 지갑을 닫았다”고 한 사장은 설명했다. 현금을 달러로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도 이곳에서 나돌고 있다. 이곳에서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운을 떼자 부동산중개업자는 “좀더 기다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만류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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