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다가올수록 프로야구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더구나 이 시기는 정규 시즌에서의 순위가 대충 드러나면서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이 커지는 시점이다. 가을야구라는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아마도 2000년대 중반 만년 하위를 맴돌던 한 프로야구팀의 팬들이 정규 시즌이 끝나고 가을에 하는 코리안시리즈에 진출해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미에서 "00야, 가을에도 야구하자"고 구호를 외친 데서 왔다는 것이 정설인 듯하다. 야생야사(野生野死),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산다는, 신문지를 말고 주황색 쓰레기봉투를 쓴 그 광적인(?) 팬을 보유한 그 팀은 그 다음해인가에 결국 코리안시리즈에 진출하는 전설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몇 년간을 지나오면서 유난히 주식시장에도 가을투자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지난해 가을에도(9월 중순~11월 중순) 한국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였고 그 직전 해에도 여름 폭락 이후 잠시 반짝하는 듯했으나 결국 가을투자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2007년 가을엔 '1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2008년 가을엔 '리먼브러더스 부도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2009년 급등하던 주가가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도 가을이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을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 6월 이후 1,800포인트 선마저 붕괴되던 상황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뛰어넘으며 지수 2,000포인트마저 돌파한 지금 가을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시장 일각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9배 수준이니 이제서야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온 정도라고 주장한다. 최근 10년간 코스피의 PER가 10배 수준이었으니 중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시장의 상승세의 주된 원인은 내부보다 외부에서 찾는 것이 빠르다. 미국을 중심으로 논쟁하던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이 이머징 국가의 충격과 반발 등으로 다소간 지연 혹은 조정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극단적인 유동성 축소, 혹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적어졌다. 게다가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보다 뚜렷한 징후를 보이면서 이러한 경기 선순환적 흐름은 중국 등 이머징 국가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사실 최근 한국 시장의 직접적인 강세는 중국의 경기 호전 가능성이 주원인이다. 8월 산업생산이 1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전월 발표치는 물론 예상치조차도 뛰어넘어버렸다. 소매판매도 전년 같은 달 대비 13.4%나 증가했고 부동산 경기를 추론할 수 있는 도시 고정자산투자도 증가세를 보였다. 이럼으로써 중국은 수출의 개선세와 함께 내수까지 뒷받침되면서 탄탄한 바닥 확인 신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가을투자를 꼭 한국 시장에서 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지난달 말 이후 지수가 무려 150포인트 이상 가파르게 상승한 한국 주식시장에서 해답을 찾을 필요는 더욱 없다. 한국 시장에 본질적인 동인을 제공해주는 중국 시장에 이제 서서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2007년 이후 거의 3분의1 토막 난 상황에서 올 들어 가장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중국 주식에 가을투자를 해보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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