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정보기술(IT)·금융 융합 지원책, 3월 핀테크지원센터 개소, 5월 단계별 추진 방안, 7월 세계 최초 금융권 오픈 플랫폼 구축 핀테크업무 신설까지. 금융위원회가 올해 들어 추진한 핀테크 관련 주요 정책이다. 사안에 따라서 장관이 직접 브리핑을 하기도 했고 국장이나 과장이 마이크를 잡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한 발짝 뒤에서 정책을 설계한 이는 따로 있다.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것부터 장관의 브리핑 자료 작성까지 금융위 전자금융과의 송현지(29) 사무관이 모두 챙겼다.
핀테크라는 용어가 통용된 지는 1년이 채 안 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것만큼 어려운 과제도 없다. 송 사무관 역시 "사실 첫 시도인 만큼 기대감보다 '안 되면 어떡해…'라는 불안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송 사무관은 "3월 출범한 핀테크지원센터도 이처럼 흥행을 거둘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늦게까지 야근하며 세웠던 정책들이 현실화하는 걸 보는 요즘이 제일 뿌듯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미모의 송 사무관은 금융위 안팎에서 이미 유명 인사로 통한다. 대학교 3학년 재학 중 행정고시(52회)를 합격한 그는 올해로 공직 6년 차다. 민간업계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당국자로 깐깐한 여성 사무관을 꼽지만 그는 다르다. 항상 밝은 성격에 웃으며 대하는 송 사무관에게 업계에서는 '핀테크 요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4차원'으로 불린다. 발상이 남다르고 거침이 없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과장은 물론 국장과 1급 간부에까지 당돌하게 제시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다. 금융위의 한 과장은 "금융과 IT의 융합은 신천지 개척이나 다름없는데 머리가 굳어진 선배로선 버겁다. 전형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던진 송 사무관이 제격"이라고 치켜세웠다.
송 사무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4차원보다는 '요정'이라는 말을 꼭 더 강조해달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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