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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1동 앞. 기획재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하는 경제 관련 부처 장ㆍ차관들이 속속 차에서 내려 재정부 대회의실로 직행했다. 각료들이 내린 뒤 관용차는 청사 앞에서 장ㆍ차관이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 장관이 회의실에 들어간 지 10분이 지났는데도 관용차의 시동은 좀처럼 꺼질 줄을 모른다. 주차장 바로 옆에 화단이 있지만 엔진은 계속 가동 중이다. 일부 관용차는 한시간이 넘게 공회전을 계속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 과천청사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서울시가 5분 이상 공회전을 하면 과태료를 물리며 단속에 나서고 있고 청사 내에서도 강력한 주ㆍ정차 단속이 벌어지고 있지만 장관 관용차만큼은 여전히 치외법권에 놓여 있다. 이날 오전 청사를 방문한 한 민원인은 "업무를 보러 1시간 넘게 사무실에 있다 나왔는데 들어가기 전에 공회전하던 장관 관용차가 나올 때까지 공회전을 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과천청사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장관 관용차를 단속하는 건 힘든 일 아니겠냐"라며 난감해했다. 장관 관용차를 운전하는 한 기사는 "회의가 언제 끝날지 몰라 실시간으로 대기하느라 어쩔 수 없었다"며 변명을 둘러댔다. 위기관리대책회의에는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환경오염 방지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참석한다. 회의 석상에서 에너지 절약 논의가 안건으로 올라온 적도 수차례. 겨우내 에너지 절약 명목으로 공무원들은 엄동설한에도 장갑을 끼며 일했지만 정작 장관들은 초대형 세단 관용차를 공회전하며 휘발유를 허공에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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