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중산층 몰락 등으로 세계인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가운데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나눠쓰는 '공유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유경제란 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 방식으로 지난 2008년 미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비싼 물건을 사서 놀리기보다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합리적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공유경제는 세계적으로 해마다 80%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전문 연구기관인 메솔루션에 따르면 2010년 8억5,000만달러 수준이던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지난해 51억달러까지 급팽창했다.
공유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숙박시설이나 자동차 공유 모델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일명 공유기업들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 예는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다. 에어비앤비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방을 빌려주는 사람과 여행자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로 여행객은 호텔보다 저렴하게 빈방에서 묵을 수 있고 집을 제공하는 사람은 빈방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 시스템으로 전세계에서 각광 받고 있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문을 연 이 숙박공유 모델은 현재 전세계 3만4,000여개 도시에서 1억명이 이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100억달러의 기업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 대열에 합류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개인소유 리무진 등 고급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 '우버'도 인기다. 일반 택시보다 이용료는 비싸지만 안전이 보장되고 고급 자동차를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버는 전세계 36개국 100개 도시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구글에서 2억6,000만달러의 투자금을 받았다. 우버와 비슷한 승차공유 서비스인 '리프트'도 미국 내 30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2억5,000만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공유기업들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다. 이들이 제공하는 공유 서비스가 기존 산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기존 법체계와 충돌해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시장을 잠식당한 경쟁사들의 거센 반발에도 시달리고 있다.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불법과 탈세 논란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주 검찰총장은 에어비앤비가 불법 단기임대 영업을 했다는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미 검찰은 에어비앤비가 세금 미납, 안전시설 미비, 도시계획법 위반 등 불법을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도 최근 브뤼셀·베를린 등에서 금지명령을 받아 이제 브뤼셀에서 우버 앱을 통해 영업하다 적발된 운전기사는 1만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경쟁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호텔 운영업체들은 에어비앤비가 세금을 내지 않고 숙박업체에 적용되는 소방 규정 등 규제를 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유럽권 택시 노동조합도 우버가 택시 이용객을 잠식하는 데 크게 반발하며 서비스 확산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무조건 규제를 들이밀기보다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공유기업과 기존 시스템 간 타협과 조정 움직임도 일각에서는 나타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규제당국이 차량공유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등 공유기업을 받아들이기 위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공유기업들도 기존 법체계와의 타협에 나섰다. 에어비앤비는 3월 "호텔처럼 세금을 내겠다"며 "세금액과 산출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 6월까지 필요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버와 리프트도 이용자의 안전보장을 위해 지난달부터 이 서비스로 영업하는 운전자들에 대한 보험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공유기업에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기보다 어떻게 기존 기업들과 조화를 이룰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공유경제는 디지털 시대에 누릴 수 있는 최대 혜택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