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남북이 섞이고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상징적인 곳이라는 것과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의 지향점인 산수화를 그리는 데 최고의 풍광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동양의 필선이 살아있는 유화로 인기를 누리는 젊은 작가 사석원(47)씨가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금강산 그림으로 4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지난해 연말 K옥션 경매에서 10호 크기의 거북이 그림이 추정가의 두 배를 넘어선 1,100만원에 낙찰되는 등 시장에서 그의 그림은 인기다. 민화에 영향을 받아 그린 호랑이ㆍ당나귀ㆍ양 등 동물 그림이 한동안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만, 이번엔 화풍을 싹 바꿨다. 물감 튜브를 그대로 짜 낸 듯 두터운 표면질감이 강렬한 에너지로 다가오는 그의 금강산화는 계절별로 다양하고 화려하다. 전시 제목은 봄을 맞아 만물이 생동한다는 중국의 고사 ‘만화방창(萬化方暢)’을 빌려왔다. 그는 “오래 전부터 산을 그리고 싶었는데 2005년 겨울 처음 여행하면서 만난 금강산이 나에게 다가왔다”며 “동양화의 근본인 기(氣)가 생동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선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배운 수묵화에 푹 빠져 인생의 진로를 동양화로 결정했지만,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왜 동양화는 먹으로만 그려야 할까?” 동양화에서 모든 색의 진수는 먹빛이라고 배웠지만, 다른 색을 써 본 경험이 없는 그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크릴ㆍ유화물감 등 서양의 재료를 써가면서 동양화의 특징을 살려낸 그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거기다 프랑스 유학시절 배운 아프리카 미술에서 느낀 원초적이고 순수한 에너지를 포갰다. 그는 “예술은 시대상을 반영해야 하는데 21세기를 살아가는 화가가 과거 도교의 이상주의를 그린 전통 한국화를 답습하고만 있을 수 없죠”라며 “재료가 무엇이든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담아내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의 포인트는 살아있는 필법. 서양화를 그리는 붓으로 문지르듯 채색하지 않고, 붓글씨용 둥근 붓으로 내리긋듯이 한 획 한 획 힘을 실었다. 그 위에 물감을 흩뿌려 추상적인 느낌을 가미해 구상과 추상, 동양과 서양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새로운 화풍을 찾아간다. 그는 “붓글씨용 붓으로 그린 선은 뼈가 살아있는 듯 입체적이라고 해서 골법용필(骨法用筆)이라고 한다”며 “유화로 그려낸 골법용필과 기운생동이 이번 전시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행이 개방되는 그날이 오면 금강산의 진수인 내금강산을 그리고 싶다”며 “또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5년 후쯤에는 아프리카풍의 그림으로 개인전도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시는 4월 22일까지.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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