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인수합병(M&A) 대어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27일 인수의향서(LOI) 접수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인수전은 포스코ㆍGSㆍ한화ㆍ현대중공업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과연 어느 기업이 대어를 낚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형 기업의 첫번째 매각이라는 점에서 가격적인 요소뿐 아니라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인수 성공과 실패에 따른 득실 계산에 대해 각기 다른 분석들이 나오며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즉각 반영되는 등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산업은행은 이번 인수전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는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지난 22일 매각공고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의 경우 10% 이상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 계획, 인수금액 등 가격적인 요소를 포함해 비가격적 요소까지 두루두루 검토할 것”이라며 “인수 후 육성계획과 현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정도도 중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거리는 가격. 한때 10조원까지 치솟았던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은 최근 불투명한 조선경기 전망과 더불어 ‘승자의 저주’라는 새로운 위험요소가 등장하면서 5조~8조원대로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한결같이 조선업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적정 가격’보다 과감하게 베팅할 공산이 크다. 특히 한화ㆍGS의 경우 그룹 총수가 직접 전면에 나서 자존심을 걸고 인수 의지를 밝혀 ‘배짱 베팅’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후보들의 합종연횡도 볼거리다. 인수후보마다 자금조달 및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재무적ㆍ전략적 투자 물색에 나서고 있다. 현재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곳은 국민연금과 STX. 국민연금은 1조5,000억원가량의 ‘실탄’을 지원할 수 있고 정부의 매각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STX그룹은 3조원에 달하는 현금 실탄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지는 않겠다”며 어떤 기업과 손을 잡을지 저울질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인수전의 또 다른 승부처인 비가격적 요소가 어떻게 작동할지도 관심거리다. 대우건설 매각에서 두산그룹은 금호아시아나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도덕성 평가 항목에서 큰 감점을 당했고 대한통운 역시 고용보장 등 기존 임직원들에 대한 배려 부문에서 승패가 갈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0년간 노사가 감수해왔던 희생’을 강조하며 고용안정, 임단협 승계, 오너의 도덕성 등을 요구하고 있어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분 매각이 줄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은 그 첫 단추”라며 “각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한 자금조달과 더불어 비가격적 요소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명분 쌓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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