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 경제연구소에서 20세기 한국 최고의 히트상품을 선정 발표했다. 1900년 이후 100년간 한국시장에 가장 영향이 컸던 상품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꼽혔다. 바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저 음악을 듣기만 했던 10대를 음반 구매층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후 음반시장을 10대 중심시장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얼마 전 가왕(歌王) 조용필이 63세의 나이로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앨범을 내놓았다. 정규앨범 19집'헬로'가 발표되자 음반이 매진되고 음원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50~60대 장년층이 줄지어 음반을 구매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한 사회학자는 이 현상을 두고 '신(新)장년'출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 부머들이 생산의 중심에서 소비와 문화의 중심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단적인 사례다. 세상이 바뀌고 시장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저성장ㆍ저금리ㆍ저변동성의 소위 신3저(低) 시대를 맞이했다. 단지 선진국 증시와의 일시적 디커플링인 줄 알았던 주가약세 현상이 이제 차츰 추세화 되고 있다.
이러다가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전철을 한국이 밟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초 이후 미국 다우지수는 15%나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1만5,000포인트마저 돌파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올 들어 38% 상승하며 5년 만에 다시 1만4,000선까지 올랐다. 그동안 한국 코스피는 1.8% 내렸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의 투자자들도 이미 대안 찾기에 나섰다. 지난해 4ㆍ4분기 해외주식 매매금액이 6억5,000만달러였으나 올해 1ㆍ4분기에는 16억7,000만달러로 무려 154%나 급증했다. 해외주식 잔액도 지난해 4분기 27억달러에서 35억달러로 32%나 증가했다. 특히 미국주식의 매매금액은 무려 195%나 증가했고 최근 급부상하는 일본주식의 매매금액도 74%나 늘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10대 시장을 열고 조용필이 50대 신장년 시장을 만들고 있듯 국내 주식투자자들도 새 투자처를 열고 있는 셈이다.
진화론을 쓴 다윈은 끊임없이 변이를 시도하는 개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즉 현재 속해 있는 종의 다수가 영위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생존방식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대안은 국내 주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와 증시가 어려워도 지구상의 어디엔가는 경제가 성장하고 잘 나가는 곳이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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