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지난 7월 서민층의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라 하반기 물가불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생선ㆍ채소ㆍ과실 등 신선식품의 증감률은 7월 103.2로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9.0% 상승했다. 2004년 8월(22.9%)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지난해 9월(3.5%)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란 식료품ㆍ학원비ㆍ공공요금 등 생활에 밀접한 품목 152개를 묶은 지수로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상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무(50.8%), 배추(46.3%), 감자(27.1%), 고춧가루(15.6%) 등의 가격이 크게 올라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신선과실(19.8%), 마늘ㆍ생강 등 기타(17.9%), 신선채소(5.1%) 등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허진호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장마의 영향에 따른 배추 등 농산물 가격 상승과 시내버스 요금, 사립대학 납입금, 보육시설 이용료 인상 등으로 생활물가지수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공공서비스 역시 열차료(13.0%), 상수도료(4.3%) 등이 많이 올라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보육시설 이용료 9.0% ▦가정학습지 8.3% ▦공동주택 관리비 4.1% 등이 주요 상승 품목으로 꼽혔다. 집세도 월세와 전세가 각각 1.0%, 2.3%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7월보다 1.9% 올랐다. 다만 석유류의 경우 경유 세율조정으로 7월23일부터 경유 값이 리터당 약 35원 오르는 부담 속에서도 0.8% 상승에 그쳐 오히려 전월(1.6%)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이처럼 하반기 초부터 물가상승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지만 정부는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가 정부 예상치인 2%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7월 지표의 경우 장마철 등 계절적 요인이 강하게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들어 ▦1월 1.7% ▦2월 2.2% ▦3월 2.2% ▦4월 2.5% ▦5월 2.3% ▦6월 2.5% ▦7월 2.5% 등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채소류 등 일부의 변동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지수의 변동은 없다고 판단된다”며 “추석 전까지 태풍 등 예측하기 어려운 요인들만 제외하면 하반기 물가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유통되면서 축산물 가격은 7월 들어 5.7%나 떨어져 1988년 1월(-7.2%)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년 동월 대비 축산물 가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이후 ▦5월 -4.1% ▦6월 -5.7% 7월 -5.9%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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